찬양인도자가 되기까지③
그러던 중 어느 날 나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었던 사촌 형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어느 교회에서 목요 찬양 예배를 하는데, 그 예배를 가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까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내가 다니는 교회가 있는데, 다른 교회 예배를 드리러 그 먼 거리를 오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못해 따라간 그 목요 찬양집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교회에 살다시피 한 나도 그런 감격과 감동이 있는 예배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한국 교회 이곳저곳에서 목요 찬양집회사 불길같이 번지던 시기였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찬양인도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보컬들, 세션들의 화려한 연주 스킬은 음악이라곤 피아노와 기타 정도밖에 몰랐던 나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 매주 목요일마다 교회 친구들을 설득해서 함께 찬양집회에 다녔습니다.
용돈을 모아 새로운 찬양 악보집을 사고, 목요 찬양집회에서 불렀던 곡을 기타로 연습하며 따라 불렀습니다. 교회에서 친구들과 찬양의 밤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사에 소심하고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던 나는 교회만 가면 늘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목사님과 전도사님, 어른들도 그런 나의 모습이 이뻐 보였던지 나를 인정해 주고 내가 하는 일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셨습니다. 비록 교이들의 숫자는 많지 않은 작은 교회였지만 나로 인해 교회 안에도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 나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대학에 입학했고, 군대를 다녀온 이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교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청년들이 40여 명 정도 출석하던 교회였는데 지금은 천년 재적이 2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처음 이 교회로 왔을 때 마침 예배 때 찬양을 인도하는 청년이 군대를 가야 해서 후임 찬양인도자를 찾는 중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추천했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나는 순식간에 청년 예배 찬양인도자가 되었습니다.
사무엘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돌, 즉 여호와께서 여가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뜻의 '에벤에셀'이란 이름을 가진 팀이었습니다. 당시 전임 인도자가 나에게, 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꿔도 된다고 했지만, 에벤에셀이란 단어의 뜻이 좋기도 했고 딱히 바꿀 만한 이유도 없어서 팀명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렇게 2년간 에벤에셀의 리더로 예배 찬양을 인도하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에 갑자기 마음속에 강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에벤에셀 사역을 확장하라'라는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음성이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사역을 확장하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마음인지 당황스러웠으나 성령님의 음성으로 믿고 그날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에벤에셀은 원래 청년 예배를 섬기는 찬양팀이었습니다. 어느 교회나 있을 법한 그런 평범한 팀이었는데 기도하면서 마음을 정리해 나가던 중 팀을 역할별로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기존에 섬기던 찬양팀과 더불어 워십댄스팀, 스킷 드라마 팀을 만들고 각 팀에 리더를 세웠습니다. 다행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내 의견에 동참해 주었고 각 팀의 사역은 순식간에 성장해 나갔습니다.
새로운 비전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보다 다양한 콘텐츠로 예배를 드릴 수 있었고 열심을 다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은혜가 임했습니다. 워십댄스팀과 스킷 드라마 팀은 청년 예배뿐만 아니라 주요 절기마다 성인 예배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막힘없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함께 사역하는 청년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각자의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나 역시 어쩌면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열심히 섬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에벤에셀은 교회와 함께 성장해 갔습니다.
-이창원 「나는 찬양 지도자입니다」 / CLC 펴냄
'†찬양 사역† > 찬양팀 영성 훈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번째 실패 (0) | 2018.09.10 |
---|---|
수도자 (0) | 2018.09.08 |
더 깊어질 수 있다 (0) | 2018.08.17 |
귀하게 쓰이는 그릇 (0) | 2018.07.04 |
예배 (0) | 2018.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