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이웃들을 주목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태복음 9:36).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처럼 고생하고 기진한 양들의 모습을 보셨다고 말합니다. 상처받은 이웃들의 치유자가 되려면 우선 그들이 고생하고 기진한 모습이 내 눈에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땅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 속에만 너무 깊이 빠져 고통받는 이웃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사실 이웃들이 우리의 시야에 드러오려면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마음의 영유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 이웃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쫓겨 다니는 인생'을 사록 있습니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현대인의 삶의 유형을 '소명에 따라 살아가는 삶'과 '쫓겨다니는 삶'으로 나누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날 그날을 충동적으로 쫓겨 다니며 살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통받는 이웃들이 보일 리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웃들은 모두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들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늘 소명의 삶을 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늘 충동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확한 인생의 그림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두 가지 유형의 삶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 실제 우리네 인생의 못브이 아니겟습니까?
미국의 유명한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베스트셀러 <인생 수업> 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분이 한번은 뉴욕에서 1,500여 관중 앞에서 강연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연이 끝나자 수백 명이 사인을 받고자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서둘러 사인을 했지만 공항 갈 시간이 임박해 얼른 마무리를 하고 공항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가 헐떡이며 공항 청사에 들어가 잠시 화장실 변기에 들어가 않아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틈으로 누군가가 자기가 쓴 책과 팬을 들이밀며 "박사님, 죄송하지만 사인을 좀..." 하더랍니다.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로스 박사는 서둘러 볼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이런 무례한 일을 한 사람이 누군지 얼굴을 보고자 했는데, 그는 뜻밖에 수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했더니 그 수녀가 말을 가로채며 "하나님의 은총입니다"라고 하더랍니다. "하나님의 은총이라니요?"하고 약간 퉁명한 소리로 반문하자 수녀가 이렇게 말을 이어 갔다고 합니다.
"사실은 박사님, 저의 동료 수녀가 병상에서 죽어가고 있는데요. 박사님을 너무나 만나고 싶어 했고 박사님의 강연장에도 오고 싶었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이 세상에서 마지막 선물로 이 강연을 녹음해 들여주고 박사님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을 선물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박사님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사인을 받지 못하고 공항으로 왔는데, 박사님이 저와 같은 비행기 출구에 있는 같은 화장실에 들어올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겠습니까?"
그때 로스 박사는 약간 화를 냈던 것을 후회하며 이웃을 치유하는 진정한 힘은 모든 상황을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이웃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임을 깨우쳤다고 고백합니다. 이웃들에게 거룩한 영향을 끼치는 제자 삼기의 삶, 그것은 무엇보다 상처받고 고통 받는 이웃들의 모습을 부목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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