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죄
나태가 다른 죄들에 비해 독특한 점은, '행하는 죄'가 아니라 '행하지 않는 죄'라는 점입니다. 어던 흉악한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행해야 할 선을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테는 이것을 "선을 행하는 데 미지근한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기나 분노처럼 나태를 대죄로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나태가 선을 행하지 않으려는 의지와 같은 능동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는데도 그 상황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것은 엄연한 이기적 타내이자 의지적 나태입니다. 이는 의지적으로 선을 행하기를 거부하는 행동이며, 의도적으로 악을 범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와 신학자들이 나태를 문제 삼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것이 무엇보다 하나님 사라오가 이웃 사랑의 계명을 거스르는 심각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나태와 반대되는 '근면'을 뜻하는 영어 단어 diligence는 라틴어 '딜리게레(diligere)'에서 왔는데, 그 의미는 '사랑하다' 입니다. 부지런함이 사랑하는 것에서 온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무엇을 하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무엇이든 하기 싫어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태가 도덕적,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몸이 굼뜨기 때문이 아니라 그 누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나태란, 하나님께 드려야 할 예배와 섬김과 사랑을 충분히 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십계명의 가장 우선적인 명령을 어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온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계명에 순종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이 별 의욕 없이 자기 안에 갇혀 지낸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심각한 죄입니다.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를 받고 땅에 숨겨 둔 종의 모습은 이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주인은 그 종을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 부르며 책망했습니다(마 25:26). 그 이유는 종이 잘못하여 주인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 아니라,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아예 장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대문이었습니다. 일하지 않는 것은 일하다가 잘못하여 손해를 남긴 것보다 더 나쁩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독특한 은사를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묵혀 쓸모없게 만들어 버리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테는 나태를 "덕을 행하는 데 느린 것", "하나님을 그의 온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사랑하지 않은 죄"라고 말했고, 리베카 디영은 "사라으이 요구에 저항하는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이는 나태가 하나님 명령에 대한 의지적 거부를 내포함을 시사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나태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심판에 대한 가르침에서, 영원한 형벌을 받을 자들이 지은 죄는 다름 아닌 사랑을 행하는 데 무관심하고 태만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헐벗고 굶주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을 바로 주님께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셨습니다(마 25:46). 악을 행하는 것뿐 아니라, 마땅히 돌보아야 할 대상을 돌보지 않고 선을 행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심각한 죄임을 분명히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아퀴나스는 나태가 때로 용서받기 힘든 대죄로 발전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거싱 사랑을 거스르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나태하면 하나님을 앙망하고 사랑하는 데 소홀해지고 하나님과 점점 멀어지며 마침내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에서 끊어지고 맙니다. 따라서 아퀴나스는 이것을 참회성사를 거쳐야만 용서받을 수 있는 중대한 대죄라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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