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현대인의 게으름
테이크아웃 커피와 도넛을 손에 쥐고 총총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전산화되고 기계화되었지만, 현대인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오히려 더 바쁘고, 일하는 시간도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문명 사회에서 아울러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고, 생존 경쟁 역시 이전보다 더 치열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집을 나서기 일쑤고, 대학생들은 각종 자격증 취득과 취업 준비 때문에 젊음을 즐길 새도 없이 바쁜 삶에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이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에게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 지혜를 배우라"는 잠언 구절이나 "게으름은 영혼의 적"이라는 경구를 들이미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중독에 가가울 만큼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느리게 살기' 식의 반문화적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나태의 정확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사실상, 성실함으로 가장한 수많은 사람들의 표면적 분주함 아래에는 치명적인 나태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무엇을 위해 이러헥 바쁘게 지내는가?' 물어보십시오. 그 대답이 바로 진정한 성실함과 표면적 성실함을 구분하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특별한 소망이나 목적의식, 열정 같은 것이 없는, 그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과 목적 없는 열심을 성실함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나태의 치명적 특성을 잘 알고 있었던 사막 수도사들과 중세 도덕철학자들은, 이런 현대인의 모습에서 분명히 나태라는 무서운 죄를 간파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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