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복수하려는 의지

예림의집 2017. 3. 14. 16:17

복수하려는 의지


분노가 분명히 역사 발전과 사회저으이 구현에 활화산 같은 긍정적 힘으로 작용해 왔음에도 교회와 신학자들이 이것을 대죄로 지목하고 경계해 온 것은, 분노가 감정을 넘어 의지와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어거스틴은 분노를 "복수하려는 주체할 수 없는 욕구"라고 했고, 아퀴나스도 자기에게 고통을 준 사람이 "벌 받기 바다른 욕망"이라고 정의 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공격에 반격함으로써 고통받는 만큼 앙갚음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입니다.

분노는 이처럼 자신을 공격한 상대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수반하고 있기에, 이미 이성의 동의와 의식의 승인을 받아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의지적으로 그 감정을 유지하며 앙갚음을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분노가 극에 달하면 이성을 잃는다고 표현하는데, 이 말은 복수에 대한 욕망으로 정신이 한 곳으로 몰린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성은 실종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수할 계획과 전략을 짜는 쪽으로 몰립니다. 이러한 복수는 공격을 받은 즉시 실행될 수도 있고, 해악을 끼친 당사자가 죽은 후 몇 세대가 흐른 후까지 소멸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복수로 실행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슴에 품은 분노는 언젠가는 보복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창세기에서 분노로 촉발된 철저한 복수극을 볼 수 있습니다(창 34장). 가나안 땅 세겜 지역의 왕 하몰의 아들 세겜이 야곱의 딸 디나를 사모하여 강간한 뒤 하몰이 야곱을 찾아와 디나를 자기 족속에게 줄 것을 간청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때 야곱의 아들들은 이들이 자기 누이를 더럽힌 것에 분노한 나머지, 그들에게 할례를 받으면 누이 디나와 결혼을 허락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말을 믿은 세겜과 그 형제들은 자기 족속의 모든 남자들과 함께 할례를 받게 되는데, 사흘이 지난 뒤 이들의 거동이 불편할 때를 틈탄 야곱의 아들들은 성읍을 급습하여 하몰과 세겜과 그 형제들 그리고 그 성읍에 거하는 모든 남자들까지 몰살해 버렸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 성읍을 노략하고 재물과 부녀자와 자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이 마음에 품은 분노는 이렇듯 대복수극으로 이어졌고, 야곱은 이 일로 말미암아 가나안 족속에게 보복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 아들들의 앙갚음을 한탄하고 꾸짖었습니다(창 34:30).

보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분노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을 적으로 만듭니다. 여기에는 어떤 은혜의 개입도 불가능하며, 해를 끼친 상대는 거의 즉각적으로 원수가 되고 맙니다. 그레고리우스가 말했듯이 분노는 결국 분쟁, 마음의 동요, 야유, 분개, 모독과 같은 딸들을 주렁주렁 낳기 때문에, 상대를 무참히 괴롭히고 관계를 공격과 증오의 악순환에 빠뜨리는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한 죄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제자들에게 원수를 미워하지 말고 오리혀 사랑하고 그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마 5:44). 분노하고, 원수 삼고, 칼을 가는 것은 하나님 나라 시민의 삶의 방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