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파괴성

예림의집 2017. 6. 13. 09:19

파괴성


분노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는 무엇보다 그 파괴성에 있습니다. 분노는 불같이, 또 매우 무모하게 일어납니다. 화가 나면 초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지고 토와 입이 떨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때로 이 감정이 더 격해지면 상대에게 해를 가하고 싶은 마음과 죽이고 싶은 감정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구약 성경에서 분노를 의미하는 단어는 '아프'인데, 이 단어는 코 또는 콧구멍을 가리키며 얼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화가 나면 코가 벌렁거리고 콧구멍에서 뜨거운 김이 나오고 안색이 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분노를 가르키는 또 다른 단어는 '하라'인데, 이 것은 '불'이라는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이 단어에서 보듯 분노는 불처럼 맹렬히 타는 것입니다. 안색이 변할 정도로 불타올랐던 가인의 분노는(창 4:5) 결국 그의 동생을 삼켜버렸습니다. 야곱의 외삼촌 라반은 야반도주하는 딸 라헬과 야곱을 밤새 추격했는데, 그들은 라반의 눈에 드러난 분노를 생생히 보았습니다(창 31:35; 45:5). 그런데 이 '하라'는 종종 '아프'와 함께 쓰여 '불붙는 분노'를 의미하기도 했습니다(민 25:4; 32:14).

이런 어원들을 볼 때, 분노는 불처럼 상대를 순식간에 태우고 잿더미로 만드는 파괴적인 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분노의 파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다소 극단적인 사건들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된 해병대 내 총기 난사 사건, 폭탄을 장착한 차를 몰고 건물로 돌진한 자살 테러,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전 지구촌을 공포에 빠뜨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폭파 사건등을 기억해 보십시오. 지금도 자행되거 있는 많은 묻지마 태러 또한 더욱 더 거세기도 있습니다. 가해자로부터 입은 상처가 분노로 차곡차곡 쌓여 임계점을 넘게 되면, 인간은 자기를 공격했던 자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고 극단적으고 무모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노가 비단 이런 폭력적인 행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는 일상에서 말로 훨씬 더 자주 나타나는데, 사실 말은 폭력만큼이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화가 나서 내뱉은 멸시에 찬 한두 마디는 인격을 짓밟는 크나큰 상철르 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형제에게 '라가' 즉 '골빈 놈'이나 '미련한 놈'이라고 부르는 자는 지옥 불에 떨어진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말로 형제에게 고통을 안겨 준 사람이 지옥에 덜어질 정도로, 그 고통이 극심하고 처참함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때로 화를 참지 못해 부주의하게 내뱉은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에 박혀 일생을 비극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1990년대 신출귀몰한 범죄 행각을 벌인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은 한 수녀에게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너무 가난해서 육성회비를 제때 내지 못하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회비를 독촉하는 과정에서 화를 내며 "너 같은 놈은 학교 다닐 필요 없어!"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 한마디는 그의 마음에 비수처럼 꽃혀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분노의 씨앗이 되엇습니다. 누구나 멸시에 가득 찬 말을 들으면 인격이 짓이겨지고 견디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됩니다. 쓰라린 말 한마디는 쓴 뿌리가 되어 복수심과 더 큰 분노를 잉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