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구약신학

원본

예림의집 2017. 2. 5. 20:26

원본

 

  원본이란 저자가 직접 쓴 책을 말한다. 꺼칠꺼칠한 파피루스에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저자는 불러주고 대서인이 대필하게 하는 경우 대필자가 쓴 그것을 원본이라고 한다. 바울 사도의 편지가 대서인을 통하여 기록되었다는 증거나 흔적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롬 16:22 참조). 이것은 아마 그의 눈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서인을 통하여 글을 썼을 경우-현대에도 종종 그런 것처럼-대서인이 다른 용어를 선택하거나 문장을 수정할 수도 있었다. 같은 저자의 글이라도 대서인이 다름으로 인하여 필체가 다른 글이 탄생하는 것은 고대에 종종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원본이란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일단 파피루스에 기록되었을 바로 그 내용을 말한다.

  신약성경의 각 책들은 저자가 손으로 일일이 기록하여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최초로 사용한 파피루스를 우리는 원본이라고 부르는데 저자가 똑 같은 책을 두 권 만들지 않는 이상 원본은 하나 뿐이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신약성경에 속하는 책들은 27권의 원본은 모두 27개여야 한다. 이 27개 각 책의 원본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을 때 우리는 이것을 신약성경 원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원본 신약성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각 책들은 기록된 장소가 다르고, 기록된 시기가 다르며, 저자 및 독자/수신자들이 같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원본이 함께 모일 수가 없었다. 또 누구도 미래의 우리를 위해 이 귀한 원본들을 수집하러 다니지도 않았다. 27권의 원본들은 처음에 전혀 다른 곳에 소장되어 있었다.

 

  다른 곳에서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 교회의 필요에 의해서 함께 모인 것은 원본을 베끼고 베껴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신약성경의 책들이 몇 개씩, 그리고 나중에 27권이 모두 모였을 때, 즉 원본이 기록된 때로부터 오랜 뒤에 한 권의 책인 것처럼 수집되었을 때, 27개의 원본 중 혹시 한 둘이 그 중에 끼여 있을 수도 있었겠다고 추측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필사본이었다. 어떻든 현재까지 남아 있는 원본은 단 하다도 없다. 서기 5-60년대에 만들어진 파피루스가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단호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니, 원본만을 모은 원본 신약성경은 역사상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종교개혁 시절부터 "원어로 돌아가자"는 구호 아래 원문을 찾고 있다. 원본을 찬는 것은 원문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원본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원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모든 사본들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같다면, 원본을 찾으련는 목표나 원문을 찾으려는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어떤 사본이든지 하나만 가지면 된다. 그것은 원본은 아니더라도 원문이라고 할 수는 있다. 종교개혁 시절 라틴어 신약성경 에 근거한 교리, 신학, 교회의 질서와 가르침을 수정하기 위하여 원문으로 돌아가자고 외쳤을 때 기독교 지도자들은 쉽게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 헬라어 성경 사본 하나를 찾으면 된다고...

  그러나 헬라어로 되어 있는 신약성경의 사본들을 찾아내자-그 때만이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로-그 어떤 사본들도 똑같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문을 찾으려는 노력은 헬라어 사본 하나를 발견하는 것으로 종결될 수 없었다. 즉 사본을 찾아내는 것과 원본을 찾아내는 것은 이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본들을 찾아내는 것은 이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본들을 찾는 것은 곧 사본사으이 차이들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발견된 사본들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혼란도 커졌다.

  사본의 내용에 여러 차이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원본을 찾으려는 노력은 아직 남아 있는 과제이다. 하지만 사본들의 비교를 통하여 원본에 있었을 원문을 찾는 작업은 한 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요 사본들의 비교를 통하여 가능한 일이었다.

 

  사본들을 통하여 어떻게 원문을 재생할 수 있을까?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원본의 원문이 어떻게 필사본들을 통하여 다른 장소에 소개되고 우리 시대에 까지 전달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