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
질투는 시기와 나란히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유사한 뜻으로 사용된다. 구약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다'라는 의미인 '카나'가 어떤 곳에서는 '시기(창 26:14; 30:1; 37:11; 잠 27:4)'로, 또 어떤 곳에서는 '질투(신 32:16, 21; 겔 8:3)'로 번역된다. 한편 몇몇 곳에서는 '열정''열심'이라는 의미로 번역되기도 한다(왕 19:10, 14). 하지만 신약 성경을 보면 질투는 '젤로스(zelos)'로, 시기는 '프토노스(phthonos)'로 구별되어 나온다(우리말 성경에서는 그리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젤로스'의 경우 때로는 '열정''열심'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반면(요 2:17; 롬 10:2; 고후 9:2; 11:2; 빌 3:6), '프토노스'는 대부분 시기로만 번역된다.
현대에 와서 이 둘의 의미는 별다르지 않게 혼용되고 있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 둘을 구별하여 사용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란 이웃이 지닌 것을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사실에 슬퍼하는 것이고, 시기란 자기가 갖지 못한 좋은 것을 이웃이 가진 사실에 슬퍼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먼저, 질투는 초점이 자신에게 있다. 상대의 성공과 행복에서 촉발된다는 점은 시기와 유사하지만, '왜 저 친구에겐 있는데, 내게는 없지?'라고 물으며 무게 중심을 자신에게 둔다는 점에서 시기와 다르다. 질투는 때로 상대방처럼 되고 싶은 마음과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경쟁심을 유발하여 열심을 내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철학자 홉스는 경쟁심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뒤처졌다는 사실을 씁쓸해하며 그 친구를 모방하거나 추월하고자 하는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질투가 성장에 원동력으로 쓰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 단어가 '열정(zeal)'이라는 말과 동일한 어원에서 왔다는 사실도 질투가 긍정적인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반면, 시기는 초점이 상대방에게 있다. 동료에게 있는 어떤 좋은 것을 보면 단지 그 사실 때문에 불편해지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시기의 죄목으로 형벌을 치르는 사람은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지상에 있을 때 늘 내가 지닌 행복을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이 비통해하는 것을 더 즐겼지요." 시기는 늘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그저 친구가 잘되거나 좋은 것을 지니고 있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마음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둘은 의미가 무척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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