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짓는 죄
시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envy는 '자세히 보다'라는 어원을 가진 라틴어 '인비디아(invidia)에서 온 것이다. 시기는 승진 소식을 듣고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입사 동기나, 아들이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할작웃는 동창을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마데우스"에서 궁정 작곡가 겸 지휘자인 살리에리가, 황제의 초대를 받고 궁정의 하프시코드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곡을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때의 그 야릇한 눈을 생각해 보라. 바로 그 눈빛과 표정이 시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 눈에는 경탄을 넘어 '왜 나는 저런 악상이 자유롭게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울함고 쓰라림이 가득 차 있었다. 살리에리는 이내 모차르트가 존재하는 한자신은 이전의 인정과 갈채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넘어간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그의 마음속에는 모차르트를 제거하려는 음모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처럼 시기란 눈에 '보이는' 존재 때문에 자신이 형편없고 비참하게 여겨져 상대를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성경도 시기를 눈과 관련시키고 있다. 예수님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악들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하시면서 그중 하나로 '악한 눈'을 말씀하셨는데(막 7:22), 대부분의 성경 번역본들은 이것을 '시기' 또는 '질투'로 번역한다. 이는 시기란 눈앞의 대상을 악한 눈으로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됨을 암시한다. 성경에서 시기를 눈과 연관지어 묘사하는 대표적인 곳은 사울이 다윗을 시기하는 장면이다.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 18:7)"라는 백성의 환호를 받으며 입성하는 다윗을 바라보는 사울은 이렇게 묘사된다. "그날 이후로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였더라(삼상 18:9)." '주목'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아인'은 눈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위의 구절을 직역하면 '사울은 지시로 가득 찬 눈으로 다윗을 바라보았다'라는 의믹 된다. NIV는 이 단어를 '시기하는 눈(jealous eye)으로 번역하였다. 자기보다 더 높이 칭송받으며 의기양양하게 입성하는 다윗을 보면서 눈이 뒤집힐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윗의 늠름한 승전 때문에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모욕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사울은 그 일 이후 다윗을 항상 의식하고 주목했으며, 그의 직무와 삶은 그것에 매여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뼈는 그야말로 시기로 썩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단테도 시기를 '눈의 죄'로 묘사했다. <신곡>을 보면 생전에 시기에 사로잡혀 살던 자들은 연옥에서 눈꺼풀이 굵은 철사로 챙챙 꿰매진 상태로 지낸다. 칼 올슨은 이것을, 눈으로 죄를 짓고 살던 자들이 눈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해석한다. 셰익스피어도 시기를 '녹색 눈의 괴수'라고 묘사했는데, 이후 이 표현은 시기의 대명사처럼 사용되어 왔다. 시기를 녹색으로 표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초록빛이 도는 덜 익은 과일을 씹을 때의 맛처러 시기도 속을 쓰리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 눈이 녹색으로 바뀐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것과 시기에 빠진 삶이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데 골몰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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