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슬퍼하고 불행을 기뻐하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의에 따르면, 시기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슬퍼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의 불행으 기뻐한다'는 뜻도 포함되다. 누가 정당한 몫 이상의 대우를 받으면 화가 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감정이 '네메시스' 즉 '의문'이며, 이 감정이 중용을 지키면 덕이지만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악이 돈다고 말했다. 그 감정이 지나치면 친구가 잘되어 칭찬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분노하게 되는데, 이것이 '프토노스(phthonos)' 즉 시기다. 반대로 그 감정이 모자라면 친구가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낮은 자리로 내려갈 때 은근히 기뻐하게 되는데, 이 것은 '에피카이레카키아(epikairekakia) 즉 '심술' 또는'고소히 여기는 것'이다.
시기와 심술이 묘하게 얽힌 인간의 감정을 현대 심리학에서는 '샤덴 프로이데(Shadenfreude)라는 전문 용어로 불러 왔다. 이 말은 '고통(Shaden)과 '기쁨(Freude)'이라는 두 의미가 들어간 독일어로서, 상대의 고통을 즐긴다는 뜻이다. 이 단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심술, 즉 '불행(kakon)'과 '기뻐하다(chairo)'라는 두 헬라어 단어로 이루어진 복합어 '에피카이레카키아'의 의미 구성과 매우 흡사하다. 친구의 불행을 기뻐하는 시기의 감정은 이미 고대부터 존재한 보편적 정서인 것이다. 한편으로 단테는, 시기에 사로잡히면 "그저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아도 가슴이 쓰라려 온다"고 말했다. 신곡에 등장하는 시기심 많은 자는 늘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 보다는 '상대가 가진 것'을 의식하고 불편해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시기라는 감정은 매우 복합적이고 미묘한 부분이 있으며, '남이 잘되는 것을 시샘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선다. 그래서 그레고리우스는 시기가 상대의 행복에 대한 '애통'과 상대의 곤경에 대한 '환호'라는 두 딸을 동시에 낳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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