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실천신학

탐심과 중독

예림의집 2015. 7. 14. 09:02

탐심과 중독

 

며칠 전 신학과 친구와 약속을 잡고 놀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 만나 같이 이수역 부근으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원래 오늘 운동을 해야했는데 하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출발하기 전에 기숙사 체력 단련실에 들러서 잠시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운동을 하고 있지 못했기에, 바쁜 학기 중에도 틈을 내어 자기관리를 하는 친구를 보며 내심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운동하는 도중에 우리는 중독에 관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바로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그것이 겉으로 나의 육체미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로 변질 될 때 거기에는 건강관리 이상의 탐욕적 의미가 깃들게 되며 또 나의 몸을 크고 강하게 만드는 것에 중독된다는 것이다.(남성들 사이에서만 공유될 수 있는 소재거리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향유하고 추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취미거리들이 있다. 아주 모범적이고 정적인 사례로서는 독서, 봉사활동, 연구 등이 있고, 좀 더 오락적이고 활동적인 사례들로서는 스포츠, 게임, 쇼핑 등 현대사회 내에서는 다양한 취미 활동 목록들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취미의 성격과 본질은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악하거나 선하다기 보다는 적절한 시간 배분에 의한 참여를 통해 개인의 여가 및 여러 가치 추구에 대한 만족도를 다채롭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참여자의 가치 추구의 본질적 측면몰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간단한 예로 앞서 이야기한 독서와 게임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 먼저 독서는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취미 활동이다. 다독하고 그 지식을 통해 자기 계발과 사유의 입체적 확장을 이루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전인에 매우 유익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독서도 독서를 하는 그 동기나 목적이 나의 전인의 계발과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지성의 방대한 양을 이용해서 타인을 깔보거나 스스로를 자랑하려는 이유라면 그것의 정체는 탐심이나 중독의 문제라고 바라볼 수 있다. (가치 추구의 본질적 측면) 한편 게임은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화두거리이다. 게임 자체의 소스에 반인륜적이고 불건전한 표현이나 상징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디지털 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젊은 남성층을 주축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취미 활동이다. 따라서 게임 자체에 대한 논란을 뒤로하고 그것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바라본다면, 적절한 양의 게임은 친목 도모를 위해서도 또 몇 가지 두뇌 활동과 흥미 충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게임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쉽게 유저(User)를 중독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게임에 절대적으로 시간을 뺏기게 되고 절제력을 잃게 된다. (몰입 정도)

따라서 우리는 이 사회의 여러 가치 추구 목록들에 대해서 선입적으로 탐욕과 중독에 대한 판단을 앞세우기 보다는 그 탐심과 중독의 탐욕적 주체가 되는 인간의 정서와 정신에 대해서 통찰력을 갖고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전적인 타락성을 회고해볼 때, 또 지금 나 스스로를 통해 그것을 뼛속 깊숙이 체감해 볼 때, 우리가 우리의 죄성과 분리해내어 순수한 목적으로 건전히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의 카테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추구하고자하는 성령의 소욕을 넘어 나의 개인적인 자아의 욕구를 우선적으로 채우고자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모든 동기와 욕구를 총체적으로 지칭하여 탐심이며, 그러한 탐심에서 비롯되어 하나님 외의 대상을 우상화하고 그것에 집착하고 나의 필요 이상으로 몰두하는 것이 중독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결론을 맺자면, 개인의 성격과 특성을 고려하여 그 개인이 쉽게 탐닉되고 도취될 수 있는 특정 활동 영역에 대해서 조심해서 애초에 나의 탐심과 욕심이 발현될 수 있는 장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필요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으로는 나의 탐심과 욕구가 중독적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자아의 정체를 하나님 앞에 고발하고, 또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공동체와 사람들 사이에 머물러서 그러한 개인의 욕구로부터 나를 탈출시켜줄 수 있는 조력자들과 상호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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