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허영

예림의집 2013. 3. 23. 15:31

허영

 

  에바그리우스에서 카시아누스, 그레고리우스를 거쳐 아퀴나스에 이르기까지, 수도사들이 전해 준 대죄 목록에는 '허영'이 들어 있다. 허영과 교만은 자신을 높이고 박수받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허영은 현저하게 타인을 의식한다는 점에서 교만과 다르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탁월한 일을 했을 경우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함으로써 헛된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교만은 다른 사라의 인정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자신이 탁월하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타인이 뭐라 해도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교만과 허영은 비슷하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허영이 교만의 사촌 정도로 인식되면서도 독립된 대죄로 지목되었던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탄이 광야에서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던 예수님께 찾아가 성전 꼭대기에서 뚜어내려 보라고 요구한 것은 허영을 부추긴 싷ㅁ이었다. 천사의 호위를 받아 안정하게 땅으로 뛰어내려 메시아임을 입증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고 경배하도록 하라는 유혹이었다. 이 유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에, 사람들을 떠나 홀로 수련하는 은둔수도사들조차도 이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동굴에서 수도사가 하나님을 극적으로 경험하는 신비한 체험을 하거나 진리를 깨닫는 순간, 마귀가 살며시 다가와 "사람들에게로 내려가 그 신비한 경첨을 나누고 영적으로 각성시키라"고 속삭인다. 사명감을 고취시키는듯하지만 실상은 인정과 박수를 받으라는 달콤한 유혹이다. 에바그리우스는 수도사라면 이 경우 더욱 물러나 침묵하며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바리새인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성문 어귀에서 기도하고 가르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일부로 초췌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곤 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인정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외식을 혹독하게 꾸짖으셨다. 오늘날의 우리도 이런 허영의 유혹을 받기는 마친가지여서, 자신의 섬김과 선행을 목회자와 교회가 알아주지 않으면 쉽게 섭섭해한다.

  허영은 자랑, 외식, 언쟁, 완고함, 불화, 도도함과 같은 딸을 낳는다. 또 에박리우스는 허영이 정욕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의 인정과 박수를 받으면 우쭐해져 자신을 잘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서 육체의 정욕에 대처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도자급 목사나 유명한 방송 설교자들이 성적 추문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결국 에바그리우스의 가르침이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