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superbia) 뭇별 위의 보좌
교만에 비하면 다른 죄들은 벼룩에 물린 자국과 같다(C.S. 루이스)
날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세우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그리고 자기를 죽이는 것으로 끝내라 자기 말을 많이 하지 말라
-베네딕투스 수도 규칙 제 49조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예지력을 소유한 신이다. 그는 주신인 제우스의 뜻을 거스르고 천상 세계에서 불을 몰래 훔쳐 인간 세상에 전해 주었다. 이것을 자신의 권력에 대한 대항으로 간주한 제우스는 분노하여 그를 바위에 꽁꽁 묶어 놓았고,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로부터 날마다 간을 쪼이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되었다. 헤라크레스가 구출해 줄 때까지 실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 불을 전해 받은 인간 세계도 다르지 않다. 제우스는 여신 판도라에게 각종 병과 악이 가득 찬 상자를 주어 인간 세계로 보냈고, 상자가 열리는 순간 온갖 악과 병들이 창궐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교만을 의미하는 '휘브리스(hybris)'는 늘 분노를 의미하는 '네메시스(nemesis)'와 짝을 이루어 등장하는데, 이는 '휘브리스'가 신의 분노를 사고 재앙을 초래하는 악임을 마래 준다 이런 사상은 교만이 인간을 타락시키고 죄와 불행을 이 세상에 가져온 가장 무겁고 핵심적인 죄라는 성경의 사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 문명과 관학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이런 신화적, 종교적 경고는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인류는 끈질긴 탐구열과 노력으로 신비의 영역으로만 보였던 세계의 비밀을 속속 밝혀냈고, 불가능해 보이던 세계의 비밀을 소곡 밝혀냈고,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을 가능하게 하면서 눈부신 문명을 이룩했다. 그렇게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을 가진 인간은 세상의 지배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점점 확장해 가고 있다. 이제 인간은 이전에 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영역들, 즉 생명을 조직하고 태어나게 하는 신비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며 끝없이 한계를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물론 인간 스스로에게 가지는 신뢰와 자부심은 역사이 진보를 가능하게 하고 전 인류 혹은 개인의 삶을 개척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건강한 자부심이 아닌 교만을 기반으로 한 인류의 바전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재앙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는 현대의 화려한 성취 이면에 존재하는 인류를 위협하는 파괴적인 결과들을 온몸으로 감지하고 있으며, 신적 존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막다른 골목에 와 있음을 깨닫고 있다. 신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 안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불해으이 원인이 되는, 또한 교회가 인간의 모든 죄 가운데 가장 큰 죄로 인정해 온 교만이라는 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궁극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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