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머리말

예림의집 2013. 3. 21. 18:27

머리말

 

  이 책은 1989년 3월 23일 네델란드의 깜뻔신학대학교에서 통과된 본인의 신학박사 학위논문을 번역한 것이다. 글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단어나 문장을 다소 손질했지만 내용은 조금도 수정하지 않았다. 유학시절을 청산하는 신학연구의 열매로 마태보금을 선택하면서 필자는 한 편으로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단호한 모험을 감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연구를 자극했던 흥분이란 당시까지의 신앙적, 신학적 배경을 구성하고 있었던 개혁교회의 전통을 바울서신이 아닌 마태복음에서도 증명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직감 때문이었고, 모험이란 이 연구의 결과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정반대의 결론에 부딪히면 어쩔 수 없이 결과에 승복하리라는 태도 때문이었다.

  많은 신학자들이 이미 마태복음에서 유대주의 기독교 내지 율법주의 그리스도인들의 흔적을 발견하고,이것을 은총의 기독교를 전파하고 대변했다고 생각한 바울의 복음에 대조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바울서신이나 바울사상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마태복음만을 따로 연구한다는 것은 마치 바울서신을 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마태복음이 방ㄹ서신만큼 하나님의 은총을 강조하지 않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약신학의 발전과정에서 보면 이 연구는 마태복음이 억울하게 빼앗긴 하나님의 은총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바울서신, 특히 그 핵심으로 파악디는 이신칭의의 구원론으로 복음서의 가치와 권위를 제한해온 전통적 분위기에서 보면 마태복음, 특히 산상설교를 위시한 예수님의 교훈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아직 하나님의 계시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어진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무모하고 불완전한 작업으로 보일 수 있었다. 곧 바뀌거나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약시대의 한시적인 진리를 그 시대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이르러서도 영구적인 것으로 착각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엄하게 경고하고, 날카롭게 자극하고, 철저하게 권고했던 예수님의 가르침의 더 높은 가치를 이런 식으로 포기해야 할 이유가 분명치 않다. 기독교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연구는 쉽게 무시되어온 마태복음의 가장 큰 특징, 예수니의 교훈의 핵심내용을 되살리려는 시도였다.

  연구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도 않는 것이었고, 뿌리를 잘라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마태복음에서 믿음과 행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은 결국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의 관점에서는, 관념적 믿음이 신앙생활을 주도하는 만능열쇠로 취급되고 진실한 삶은 별 중요한 것으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위의 참된 가치를 되찾는 것이요, 신약신학계의 흐름에서 보면, 예수님과의 인격적 관계나 영적 교제는 도외시하면서도 삶과 사회적 책임을 그 핵심 내용으로 강조해 왔기 때문에, 믿음의 근본의미, 즉 기독교적 삶의 뿌리를 되살리는 것이다. 통속적 개념의 '믿음'을 관념적 차원에서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는 인격적 차원의 개념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행위'를 자의적 노력의 차원에서 하나님의 은총과 선물의 결과라는 전인적 삶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행위는 총체적 삶의 영역에서 하나로 결합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하는, 하나님의 섭리와 지도 아래서 온갖 상황을 헤쳐 나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첫 복음서가 보여주는 믿음은 지성과 감성과 의지 그리고 실천을 통하여 한 개인과 교회의 실체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촣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나 알고 고백하는 자명한 진리이다. 열매를 보고 좋은 나무임을 알게 된다. 또 알 수도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이름에 어울리는 삶의 열매를 맺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총의 열매이다. 삶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본질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표식은 지성적 확신에, 감성적 체험에, 그리고 의지적 결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영적 만남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삶에서 가장 확실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열매로 알리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중약-

 

  끝으로 이 책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그리고 그 분의 말씀을 따르는 겸손한 삶이 넘치기를 빈다.

 

1993년 3월 16일 사당동에서

정훈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