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이야기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야곱의 이야기를 가지고 성경의 내레이터들의 등장인물의 묘사 방법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한 가지 사항을 더 언급하고자 한다. 야곱 이야기의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항상 엄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항은 야곱 이야기의 플론의 뼈대를 제공해주고, 각 에피소드들의 존재 이유 및 의미를 파악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창세기의 본문에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라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는 사실은 리브가와 라헬에게도 공통되는 사항이다(창 11:30; 25-21: 29:31). 내레이터는 이들의 유사한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아카라란 히브리어 단어를 쓰고 있다. 이 단어는 창세기에서 오직 세 번 이 여인들에게만 사용되고 있다. 이 여인들의 비슷함은 이들의 미모가 내러티브 속에 강조되고 있고 또한 플롯상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 더욱 두드러진다(사라, 창 12:11; 리브가, 24:16; 26-7-18). 이런 핵심 단어를 통해 내레이터는 이 중요한 족자으이 아내들을 묶어주면서 이들의 운명의 부침을 통해 주제의 반복과 변주를 만들어 나간다.
반복의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창세기 12; 20; 26장의 거짓말 이야기이다. 아내의 미모로 인해 촉발된 위험한 상황 속에서 족장들이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를 내레이터는 거의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다루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모티브나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내레이터는 창세기의 인물, 사건, 플론, 주제 등을 엮어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반복되는 요소들을 잘 파악하는 것은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2) 창세기 전체, 그리고 창세기의 족장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항상 축복이란 주제가 들어있다. 축복이야말로 창세기의 중심 주제이다. 창세기 1-2장의 창조기사는 하나님의 축복들로 채워져 있다(창 1:22, 28; 2:1-3). 그리고 12:1-3에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 중에는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이 하나니므이 복의 일차적인 수혜자들이다. 이들의 축복은 거의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큼 불가항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받은 약속은 궁극적으로 "땅의 모든 족속"을 향해 있다. 결국 이들이 받는 축복은 그들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땅의 모든 족속"을 위한 것이다.
독자들은 야곱이 자기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축복을 강탈한 후에도(27장) 여전히 하나님께서 그에게 과분한 축복을 주시는 것을 보고(28장) 불편함을 느꼇을 것이다. 그가 이런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은 창세기의 중심 주제 중의 하나인 불가항력적인 축복이라는 주제로 대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현상은 창세기 12, 20, 26자의 거짓말 이야기에서도 나타난다. 이 세 이야기에서 족장들은 거짓 말을 한 후에 오히려 축복을 누린다. 13:2에서 강조되고 있는 아브라함의 부는 12:16에서 바로가 사라 때문에 준 선물들과 연결되어 있는듯 하다. 20장에서 아브라함은 다시 한 번 사라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결과로 "양과 소와 종들을" 아비멜렉으로부터 얻었다(20:14). 아비멜렉은 사라에게 은 천개를 주기도 했다(20:16). 또한 20:17-18에 따르면 하나님은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에게서 사라를 데려간 일로 인해서 그 집 안의 모든 태를 다 닫아버리셨다가 오직 아브라함이 그를 위해 기도하자 다시 이 태를 열어주셨다(20:17-18).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태의 열림 이야기가 21:1-7의 사라의 태가 열리는 이야기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26장의 이삭의 거짓말 이야기의 경우에도 이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26:12에서 그는 여호와로부터 엄청난 축복을 받는다. 족장들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직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의 불가항력성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
(3) 그러나 축복이 족장들의 죄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면책을 주는 것은 아니다. 축복이란 주제의 이면에는 인과응보란 주제가 깔려있다. 물론 모든 축복의 이야기에 인과응보란 주제가 기계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과응보 역시 축복처럼 족장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마 이 주제는 은혜의 뒤편에 숨은 공의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듯하다. 구약의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니므이 은혜와 공의 사이의 변주곡이듯이 야곱의 이야기도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야곱의 삶에 나타난 인과응보란 주제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염소이다. 야곱이 이삭을 속일 때 사용된 재료가 바로 염소 새끼다(창 27:9, 16-17). 염소는 야곱의 아들들이 요셉을 파아 치운 후 그가 죽은 거으로 가장해서 야곱을 속일 때 다시 한 번 등장한다. 그들은 숫염소의 피를 요셉의 옷에 뭍혀 야곱에게 가져감으로써 야곱이 스스로 속임수에 넘어가게 만들었다. 야곱의 인생에서 이 염소의 역할을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야곱을 속인 아들들 중의 중심 인물인 유다는 38장에서 자기 며느리 다말에게 속임을 당하는데 이 때 관련된 것도 역시 "염소 새끼"다(창 38:17). 이처럼 염소 새끼는 야곱과 그의 아들들이 겪는 인과응보의 연쇄 현상을 이어주는 끈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볼 때 창세기의 족장들과 그 후손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불가항력적인 은혜와 축복만을 경험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한 잘못들에 대해서 인과응보의 원리에 의해 죄갚음을 당하기도 했다.
이제 1-2장에서 다룬 성경 내러티브 속의 등장 인물의 묘사방법들에 대한 해설과 야곱 이야기에 대한 개괄적 설명들을 가지고 25:19-35:29의 본문 속에 나타난 사항들을 살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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