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구약신학

제 1부 야곱, 깨진 토기의 축복-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방법들

예림의집 2012. 9. 5. 21:17

*이 글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책을 구입하지 못하는 학우들을 위해 올립니다.

*바쁜 생활 가운데 올리는 글이라 오타가 있습니다. 잘 참고해서 읽으세요^^

 

제 1부. 야곱, 깨진 토기의 축복

 

1장.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방법들

서사적 이해

 

  내레이터가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묘사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큰 범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 범주는 "직접적 묘사방식"이며, 두 번째 범주는 "간접적 묘사 방식"이다. 흔히 이 용어들 대신에 "말해주기(telling)"와 "보여주기(showing)"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직접적 묘사 방식

  직접적 묘사 방식은 등장인물이 과연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서 내레이터가 직접 말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내레이터가 등장인물의 성품에 대해서 직접 규정을 한다. 가장 유명한 예는 욥기 1:1이다. 욥기의 내레이터는 서두부터 아예 욥이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분명하게 직접 규정을 한다. 이런 경우 독자는 내레이터의 규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②내레이터의 직접적 묘사는 등장인물의 외모 등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외모에 대한 묘사는 보통 간접적 묘사방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것을 직접적 묘사로 분류해야만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례로 내레이터는 라헬이 "곱고 아리땁다"고 명시한다(창 29:15).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서 이견이 분부할 것이다. 그러나 내러티브 속에서는 내레이터가 어떤 인물이 아름답다고 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독자는 무조건 그 인물이 아름답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본문을 읽어나가야만 한다.

③내레이터는 등장인물의 어떤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규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일례로 창세기 25:34을 보자.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 여기에서 야곱이 준 떡과 팥죽을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서 갔다"란 행동에 대한 묘사 만으로는 에서란 인물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그의 이런 행동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내레이터가 이 행동들이 "장자의 명분을 경홀히 여김"에서 나온 것임을 명시해 주면 모든 것은 분명해진다. 에서가 한 행동들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기는 그의 내면적인 심리로부터 나온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내레이터의 직접적인 묘사와 관련하여 다음의 몇 가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①예전의 이론서들은 간혹 구약이 "원시적 내러티브"에 속하며, 이러한 "원시적 내러티브"의 특징은 등장인물을 다루는데 있어서 주로 직접적 묘사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잘못된 선입견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구약의 내러티브들은 직접적 묘사방식을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뒤에 나오는 간접적 묘사방식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②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구약의 내러티브들 속에는 직접적 묘사방식이 여전히 등장하기도 한다. 구약이 이처럼 직접적 묘사방식을 드물게나마 사용하는 이유는 이 묘사방식이 가진 효율성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욥 1:1의 경우를 가지고 설명해 보도록 하자. 욥기의 내레이터는 책의 첫 구절에서 욥이 완전한 의인이라고 직접적으로 못을 박았다. 욥에 대한 이런 직접적 묘사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근간이 된다. 구약의 지혜서들은 일반적으로 인과응보를 지혜의 중요한 원리로 가르치고 있다. 욥기는 이런 일반적 가르침에 반기를 든다. 인과응보는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작동되는 자연법칙 같은 것이 아니다. 욥기의 내레이터는 이런 이의제기를 위해 욥이란 완전한 의인이 고난을 받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만약 내레이터가 욥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의인임을 직접적 묘사방식을 사용해서 규정하지 않고 뒤에서 다룰 간접적 묘사방식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는 아주 많은 분량의 지면을 할애했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했다고 해도 욥이 정말 완전하게 의로운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욥기의 내레이터는 1:1에서 욥이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직접적으로 명시해버림으로써 극복한다. 이처럼 직접적 묘사방식의 가장 큰 효용성은 그 효율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③직접적 묘사를 통해 언급된 등장인물의 특성들은 대부분 플롯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앞에서 언급된 라헬의 아름다움(창 29:18)은 야곱의 인생에 언제나 깊은 영향을 끼친다. 라헬을 얻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라반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바치기로 한것 때문에 야곱은 20년의 세월을 라반에게 붙들려 있게 된다. 야곱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라헬과 레아 사이의 기나긴 싸움 역시 라헬의 미모 때문이다. 야곱의 자식들 사이의 불화, 그리고 요셉이 여러번 죽을 위험에 처한 것 역시 라헬에 대한 야곱의 편향적이고 과도한 사랑 때문이다. 야곱의 삶의 모든 고난 속에는 항상 라헬의 미모가 근본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등장인물의 직접적 묘사를 통해 언급된 등장인물의 특성은 이후의 이야기들 속에서 플롯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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