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책을 구입하지 못하는 학우들을 위해 올립니다.
*책을 접함에 있어서 서문을 반듯이 읽어야 합니다. 서문을 잘 이해하면 책의 80%를 이해한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
최근에 화제가 된 토드 헤인스 감동의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란 영화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잇는 가수이자 혁명가, 예언자, 철학자, 그리고 심지어는 메시야, 구세주로까지 불렸던 밥 딜런의 일생을 영화한 것이다. 그러나 관람객에게는 무척이나 당혹스럽게도 영화의 제목처럼 그는 이 영화에 직접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의 일생의 여러 시기를 여섯 명의 다른 배우들이 맡아서 연기한다. 놀랍게도 이 배우들 중 그 누구도 극중에 밥 딜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심지어 열네 살 된 흑인 남자 아이나 여자 배우가 그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런 파격적인 요소들 때무에 그의 영화는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과연 그는 이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 속에 없을까? 아니면 제목과 달리 그 속에 있을까? 감독인 토드 헤인스는 "지금까지도 늘 어제와는 다른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그에게 하나의 얼굴을 원하는 건 그를 여섯 개로 나누는 것보다 더 이상한 일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가 생각ㅎ기에 이 복잡다단한 인물을 한 명의 배우의 연기를 통해 표현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말이 꼭 밥 딜런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까? 현실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들어난 것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잇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그 사람 속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많은 모습들이 존재한다. 이 모습들이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잇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돌출될 때 주변 살마들은 깜짝 놀란다. 그러나 그 돌출된 모습 역시 그 사람의 원래 모습의 일부이다. 단지 그런 모습이 자주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몰랐던 것 뿐이다. 따라서 홀시 토드 헤인스가 우리의 삶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더라도 아마 그는 여러 명의 배우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연기하게 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에게 "하나의 얼굴을 원하는 건 우리 각자르 ㄹ여섯 개로 나누는 것보다 더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1부의 바탕이 된 야곱 강의를 하면서 이 영화를 떠올렸다. 야곱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다양한 얼굴들을 갖고 있는가? 그는 들판으로 나가기를 즐기는 형과 달리 어머니 옆에 있기를 즐기는 조용한 청년이었다(창 25:27).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형의 장자권과 아버지의 축복을 노리는 사기꾼으로 돌변한다(25: 28-34; 27장). 또한 그는 한 여자만을 일평생 사랑하고 그 여자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로맨티스트의 모습도 보여준다(29장 등). 또 그가 내레이터에 의해서 처음으로 형과 비교될 때 그는 그냥 흰 피부를 가진 나약한 청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몇 사람이 달려들어도 옮기기 힘든 바윗돌을 혼자서 굴리는 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29장). 평생동안 남의 등만 치고 살 것 같던 그는 외삼촌이자 장인인 라반에게 끝없이 사기를 당하는 멍청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29-30장). 한 때 그는 어설픈 유전학자 같은 짓을 하기도 하며(30장), 신적 조냊와 밤새 씨름하여 이기기도 한다(32장). 이 놀라운 인물은 다음 순간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빼앗아갈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34장), 자기 아들이 자기 첩을 범해도 침묵을 지키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35장).
성경 본문이 펼쳐 보이는 야곱의 이런 모습 속에는 흔히 사경회에서 부흥사들이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강조하는 얍복 강에서으 극적인 변화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28장의 벧엘에서의 하나님과의 만남이나 35장의 벧엘에서의 하나님과의 재회가 그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본문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따르면 이런 순간들은 마치 낙엽이 수면 위에 떨어질 때 잠시 파문이 일다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 이런 순간들이 분명히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라나 다음 순간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을 통해서 볼 때 그런 변화들은 단지 찾잔 속의 태푸잉 아니엇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처럼 극적인 순간들을 겪은 다음에 야곱이 보여주는 행태들을 볼 때 나는 다음과 같은 서양 속담이야말로 그의 삶을 가장 잘 반영해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속담은 "Everyone has a skeleton his closet"이란 것이다. 이 속담을 번역하면 "누구나 자기 옷장 속에 해골 하나 쯤은 가지고 잇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아마 이 표현과 가장 비슷한 우리나라의 속담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앞의 영어 속담이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잇는 다른 모습을 좀더 자극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더 좋아한다. 이처럼 야곱의 삶은 어느 한 가닥으로 정리하기 힘든 모습들을 많이 감추고 잇다. 그런 모습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할 때마다 독자들은 이 야곱이란 인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잇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토드 헤인스 감동의 영화 "아임 낫 데어"와 마찬가지로 이런 다양한 얼굴을 가진 야곱의 이야기야말로 독자들의 눈과 마음과 영혼을 끌어당기는 힘이 잇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에 코스타 가르바라스라는 명강독이 한 인터부 기사에 한 발언이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준다. 그는 자신이 감독이 된 이유가 1940년에 만들어진 걸작 영화 "분노의 포도" 때문이엇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평가한다. "분노의 포도는 1940년작이지만 여전히 훌륭하다. 실제로 세계 어딘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잇기 때문이다". 나는 밥딜런의 영화가 디단한 이유, 그리고 야곱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가 그 주인공들이 이 책의 제목처럼 현실의 우리와 너무나도 성정이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잇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은 다른 어떤 이가 아닌 바로 현재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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