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바울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
사도행전인 관점으로만 바울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해가 바울이 이른바 제1차, 제2차, 제3차 선교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바울이 1, 2, 3차 선교여행을 했다는 것은 옳다. 사도행전에서 누가는 바울의 순회 선교사역을 3차로 나누고자 하는 것이 분명한 의도인 것 같다. 그것은 안디옥이 3차에 걸친 선교여행의 출발점과 종착점(제3차 선교여행은 종착점이 아님)으로 되어있어, 바울의 선교여행이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울의 선교여행이 1, 2, 3차의 선교여행만 있었다고 생각하면 문제이다. 이것은 바울의 선교여행을 사도행전적인 관점만 가지고 해석한 하나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사도행전은 바울의 모든 사역을 빠짐없이 기록한 책이 아니다. 사도행전은 바울이 로마에서 2년 동안 감옥생활을 한 것까지만 기록하고 있지 그 이후의 사역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끝이 바울 생애의 끝이 결코 아니었다. 특히 바울의 목회서신은 바울이 로마에서 석방된 이후의 순회선교사역을 분명히 암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적인 틀에서만 바울을 보면 그는 3차에 걸친 선교여행을 했지만, 목회서신을 보면 바울은 제3차 선교여행을 한 후에 이른바 제 4차 선교여행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제4차 선교여행은 바울이 로마에서 석방된 후 순교 당하기까지의 기간에 바울이 행한 사역이다. 그래서 나는 이 강의안에서 제4차 선교여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로버트 보이드는 자신의 책 <사도 바울>에서도 바울의 제4차 선교여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NIV Study Bible에서도 바울의 제4차 선교여행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물론 이 내용은 신약정경인 사도행전이나 바울서신에는 나오지 않지만, 신약시대 후기, 즉 1세기 말인 AD95년경 로마의 클레멘트는 바울이 서쪽 끝까지 갔다는 말을 함으로써 바울의 스페인 선교는 아주 이른 초대 신약교회의 신빙성 있는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외에 우리가 사도의 역사적 생애와 그의 선교를 연대기적으로 탐구해 나가면서 하나하나씩 배워나가기로 하자. 우리 모두 바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그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와 친한 친구가 되어 그의 곁에서 그를 모방하고 배우는 바울의 제자들이 되어야겟다.
V. 바울 연구의 방향
우리는 바울을 공부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바울의 생애와 그의 선교 및 신학에 대한 탐구하고자 한다. 먼저 바울 개인의 일생과 그의 삶의 궤적들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그의 삶 속에서 어떤 점을 배워야 할 것인지를 도전 받는 것이다. 그 다음 바울은 일생동안 약 16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다니면서 선교를 하고 복음을 전하였는데, 이와 같이 특별히 그의 일관된 선교에 대한 열정과 도전, 그리스도의 복음에 철저히 사로잡힘, 그리고 그의 비전의 성취를 배워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지상의 거리의 양적인 면에서의 경이로움이 아리라, 하나님의 구속의 비전에 동참하여 행진했던 구속사적 순례였다. 이처럼 바울의 삶은 기독교 선교자의 원형이 된다. 우리가 바울에게서 무엇을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할 것인지는 개인의 숙제이다. 사람마다 배워야 하고 보충해야 할 내용이 각각 다르듯이, 우리가 바울을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각 개인에 대한 적용점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바울을 보다 깊이 알기 위해 그리고 성경에 묘사되어 있는 진정한 바울의 모습을 알기 위해, 바울과 생생한 교제를 나누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그와 더불어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그와 함께 산을 넘고, 더운 여름철과 추운 겨울을 지나며, 강을 건너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 바울과 함께 먹고 마시며 함께 자면서 그가 전하는 말씀, 그가 사로잡힌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도 사로잡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바울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바울의 모습을 알기 위해 바울이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기 이전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바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대개 잊어버리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이전의 유대인 사울이다. 지난 세기에 신학자들은 위대한 사도 바울에 대한 연구는 많이 하고 또한 이에 대한 문헌은 방대한 반면에, 바리새파 유대신학자 랍비였으며, 교회의 박해자였던 사울, 즉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의 사울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울의 인간됨, 그의 배경, 그의 신학 등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그리스도인이 도기 이전의 모습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가령 우리가 친굴 사귈 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우리는 정말 한 사람의 과거, 즉 그 사람의 성장 배경, 환경, 그의 교육, 그의 성격 등을 알고 있을 때 그 사람과 진정한 의미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바울의 과거를, 즉 그리스도인이 되기 이전의 바울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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