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산, 2008년 11월 17일 출산,
진통시간 8시간 30분
여아, 3. 22kg
38주 4일째 - 유도분만, 그네분만, 자연분만
다른 분들 출산후기 보고 힘을 얻었더래서 저두 올립니다.
전 다른 것보다 초산인데 서른 두살이란 나이가 부담돼서 많이 걱정했더랬죠. 친정 엄마가 임신기간내내 노산이라구 겁을 주셔서 더욱요. 그래서 순산을 위해 체중이 많이 불지 않도록 음식 조심 하고, 특히 나름대로 운동을 꾸준히 했었습니다.(임신 5개월째부터 매일 걷기 1시간 이상, 일주일에 두 번 임산부 요가 40분씩) 그런데 임신 중반부터 아기 머리둘레가 크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셨었는데, 예정일 한 달 전 머리둘레 10cm가 넘으면 제왕절개를 해야한다고 슬쩍 경고하시더라구요. 그때부터 아기머리둘레를 유심히 살폈는데, 유전 때문인지(아기 아빠 탓) 우리 솔이 일주일마다 배둘레와 다리길이는 안 늘어도 머리둘레만은 팍팍 늘더군요. 그래서 원래는 자연 진통이 오면 출산하고 싶었지만, 예정일 10일전 유도분만을 결정했습니다.
11월 16일 저녁 9시 병원 입원
초산에 예정일 전의 유도분만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후기를 읽고 불안한 상태에서 병원에 갔습니다. 유도분만 날짜 잡고 일주일 동안 아기 내려오게 하려고 집안 오리걸음 걸레질, 배드민턴 등을 열심히 했지만, 촉진제가 사람마다 듣는 사람이 있고 안 듣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불안함이 가시질 않더군요. 약물을 써서 진통이 오게 하는 것이 인위적이라 느껴져서 거부감도 들고, 결국 잘 안되어서 수술을 하게될 까봐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동안 배가 생리통 처럼 살살 아픈 가진통이 좀 있던 것을 위안으로 삼고서, 저녁에 신랑과 돼지 갈비를 먹으며 화이팅 다짐, 병원엘 갔습니다.
분만실에서 수속을 하는데 간호사가 특수분만 형태를 물었습니다. 원래 저희 부부는 수중분만을 결심했었죠. 하지만 친정 어머님을 비롯 가족들의 반대가 워낙 커서 순간 망설여지더군요. 날씨도 추운 것이 왠지 걸리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얼결에 그네분만을 결정했습니다. 가족 분만은 별로 특수해보이지 않아서요(하지만 결과적으론 거의 가족 분만이었습니다. 그네에는 1시간 정도 밖에 올라가지 않았어요).
간호사가 제모를 한 후 내진을 했습니다. 예정일이 아직 남았던 저로서는 첫 내진이었죠. 사람들이 하두 아프다 말해서 떨렸지만, 긴장을 풀고 최대한 몸에 힘을 빼려 노력했습니다. 그럴수록 안 아프다고 해서요. 예상보다 별로 기분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간호사가 자궁문이 2cm 열렸다고 하더군요. 와~ 내일 촉진제 맞으면 확실히 아기 나을 수 있겠구나! 자연분만에 가까운 유도분만이다~ 기뻐하며 입원실로 올라갔습니다.
11월 17일 새벽 네 시 자궁에 약 넣기
자궁에 약을 넣는다는 말에 잠깐 분만실에 내려갔습니다. 어제 저녁 간호사가 신랑이랑 놀지 말고 꼭 자라고 그래서 그럼요. 혹시 못일어날지 모르니 콜해줘요. 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역시 긴장해서 잠은 안 오더군요. (신랑은 내 침대까지 차지해가며 쿨쿨 잘 잤음) 초초해 하다가 밤 새고 3시 30분에 일어나 샤워 하고 씻었습니다. 한동안 못 씻는다고 해서... 4시에 약을 넣고 다시 입원실에 올라왔더니 좀 졸려서 이때부터 1시간 30분가량 잤습니다.
11월 17일 새벽 6시 분만 시작
새벽 6시 그네분만실에서 촉진제를 맞으며 드디어 분만에 들어갔습니다. 신랑은 미리 준비해 온 음악 씨디 6장 중에서 한 장을 틀고, 출산 기록용(?) 사진을 찍으며, 둘 다 나름 침착하게 대응하고자 했습니다. 간호사에게 언제쯤 아기를 낳을 수 있겠느냐 물으니 초산이니까 빠르면 낮 2, 3시쯤 아니면 저녁때 쯤이 될꺼라고 하더군요.
아기심박수와 자궁수축 그래프를 보며 대략 오전 8시 까지는 참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신랑은 자궁수축 그래프를 보며 이제 진통이 온다 라고 체크해 주고, 전 그러면 출산교실에서 배운 라마즈 호흡 1단계를 하다가... 진통 없을 때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저녁 때쯤 아기 나올 것 같으니 신랑이 뭘 먹어둬야 될 것 같아 10시나 11시쯤 근처 식당에 가면 되겠다고 의논도 하고요. 진통의 통증보다 이때에는 졸린 것이 참 참기 힘들더군요. 진통 안 올 때는 졸다가 잠 들락하면 통증이 와서 깨어나길 반복. 하지만 8시 쯤 간호사가 진행을 빨리 한다며 양수를 터뜨리고 간 뒤부턴 진통의 강도가 확 달라지더군요.
11월 17일 오전 10시 그네 타기
대략 9시 부터는 진통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랑이 나 밥먹으러 갈까?하고 물어보았지만, 이때 난 제발 가지 말라고 소매를 잡았죠. 진통을 기다리다가 진통이 오면 열심히 호흡하고... 힘겨워하며 그네를 언제타냐고 간호사에게 묻자 5,6 cm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고, 이 때는 10시 쯤에 왔습니다. 출산교실에서 라마즈 호흡을 가르쳤던 간호사가 내진을 하더니 입구가 좀 높다고 그네타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줘서 진통의 와중에 그네를 무척 기대했습니다. 아픔도 덜해질 것 같아서요.
음, 그네는 글쎄요... 진통의 진도에 도움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통의 감소 효과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네가 원래 산모가 원하는 자세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했었는데, 제가 자세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진통이 주로 허리로 와서 그랬는지 진통이 오면 그네타듯 밀기를 열심히 시도했지만 기대했던것만큼의 효과는 모르겠더라구요. 결국 1시간 만에 다시 침대로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침대에서 중 후반기 나머지 진통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1월 17일 오전 12시(?)
중 후반기의 진통은 ‘이완하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진통 때 괜히 힘 줘서 힘 빼고 나면 결정적인 순간 오히려 힘을 줄 수가 없단 말을 들었기 때문에 진통이 올 때 최대한 힘을 빼고 호흡을 해서 ‘난 힘을 비축하고 아이에게는 산소를 공급해 줘야해’ 라고 머릿 속으로 계속 되내였었는데, 실제로는 얼마만큼 실행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최대한 정신만은 놓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습니다(나중에 신랑도 소리 한번 안 지르고 아기 낳았다고 칭찬해 주었답니다.^^).
마음이 급해져서인지 중 후반기는 초반에 비해 진행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습니다. 이때쯤 신랑이 음악 씨디를 바꾸며 ‘이 음악 맘에 들어?’라고 자꾸 물어보는데, ‘내가 지금 음악이 귀에 들어오겠니?’란 생각에 순간 짜증이 확 밀려오기도 했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신랑은 신경을 분산시키려고 일부러 말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그도 분만에 나름 참여했던 거죠. 이때쯤 간호사가 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자궁이 충분히 부드러워지지는 않았지만 문은 열렸다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아기가 내려오게 하기 위한 산모의 밀어내기; 힘 주기가 시작되었는데요.
우선 다리를 개구리처럼 쫙 벌린 채 허벅지를 손으로 잡아 벌리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부끄러움은 둘째치고 진통이 올 때 몸이 뒤틀리기 때문에 다리를 자꾸 오므리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는 내가 이러면 아기가 못 내려온다고 닦달하고요. 그리고 힘을 어떻게 주는 것인지 잘 모르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난 힘 준다고 줬는데, 그 근육이 잘 안 사용하는 거라 그런지 힘은 제대로 안 들어가고 아기는 안 내려오고... 젊은 간호사 한 명이 힘 줄 때 내 배를 마구 눌렀는데도 효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나도 오히려 그녀가 무식하게 눌러대서 힘을 제대로 주기도 어려웠고요. 결국 간호사도 나가고 신랑과 둘이서 진통 그래프 보면서 진통 올 때 다리 벌리고 힘 끄응 주고 힘 안 줄때는 호흡하는 것을 열심히 했는데, 이때 내 마음이 편해서인지 둘이서 한 것이 효과가 있더군요... 아기도 이때부터 내려오기 시작했고요.
힘주기는 1시간, 아니면 2시간 정도 했을까. 이때는 속으로 어젯밤 잠을 안 잔 것이 후회가 몹시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통의 고통보다는 힘 주기를 버티어 내는 게 참 힘이 들더군요.(역시 자연분만을 위해선 체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분만을 위한 체조로 요가 자세중 ‘합장합족자세’를 강추합니다. 이 자세가 힘 주는데 적절한 근육을 제대로 운동시켜주는 자세인 것 같아요. 기초체력 강화와 합장합족 자세- 이거 하루에 50번씩 하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기가 내려오다가 중간에 걸려있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산소마스크 쓰고 호흡 중점적으로 하고 힘주기에 들어갔습니다. 호흡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바로 아기 심박수가 뚝뚝 떨어지더군요. 이러다가 아기가 힘들어져 수술하는 것이 아닌가 겁도 나고, 아기가 내 골반 어딘가에 걸려있다는 느낌이 들자 힘을 줘서 아기를 꺼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이때부터 힘이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끄응하고 힘을 준 채로 시간을 길게 지속시키며 누워서 다리 벌린 채, 그리고 옆으로 누워서 침대 난간 잡고 힘을 주기를 몇 번, 간호사가 드디어 아기 다 내려왔다고 분만실로 가자고 하더군요.
11월 17일 오후 2시 31분 솔이 출산
분만실까지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분만대에 올라 의사 선생님 올 때까지 기다리던 중 간호사들이 선생님 오시기 전 힘주기를 시켰는데, 잘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고 다시 힘 주기 한 번, 결국 솔이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 번에 쑤욱 낳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들이 ‘운동 많이 하셨죠?’ 라고 그러더군요.
임신한 후 6개월 때 쯤인가. 신랑과 bbc에서 만든 임신과 출산 다큐를 봤어요. 그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이 출산할 때가 되자 ‘에밀리는 영국의 대개의 임산부가 그렇듯이 집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나레이션이 깔리는 것이었죠. 외국에서는 출산이 큰 일이 아니구나. 그리고 임산부와 남편이 분만과정을 주도하고 도우미(?) 조무사 같은 사람 한 명이 옆에서 보조만 하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출산은 산모가 주체가 되어서 해 나가는 일이구나. 그러니까 힘든 일이라고 겁만 먹은 채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상황 해결(?)을 위해 뭐든 노력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제 출산한 지 한 달째. 출산. 여자라면 개인적으로 한 번 해 볼 만 한 경험 같아요. 진통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진통(고통)이 와야 아기를 낳는 거라는 누구의 말마따마 출산은 고통을 자연스럽게 혹은 기쁘게(?) 받아들이게 되는 생각의 전환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산모님들, 다들 순산하세요. 혹시나 도움될 까 출산후기 자세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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