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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결손가정에서 자란 주부입니다...

예림의집 2008. 11. 17. 23:04

저희 부모님은 맞선으로 만나 엄마가 19에 저를 낳으셨고,

술, 노름 좋아하셨던 아버지와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셨어요.

유년시절, 행복한 기억은 한두가지쯤 있는게 당연할진데,

저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피투성이 엄마가 등에 동생을 업고 제손을 잡아끌어

파출소로 도망치던 기억... 아빠 피해서 골방에 살면서 절망에 빠진 엄마가

요구르트에 약탔으니 같이 먹고 죽자면서 술냄새 풍기며 울던 기억...

결국엔 이혼하고 갑자기 엄마없는 상황에 놓여 충격으로 대인관계가 전혀 안되고

사람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데 아직도 애를 먹습니다..

이혼후 더욱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사시던 아빠도 마흔넷 젊은 나이에 운명하셨고,

그후 엄마를 찾아 다시 생활했지만 그닥 행복하지 않아 어린 나이에 얼른 결혼했습니다.

다행이 신랑은 술을 전혀 못하는 순한 사람이고, 시부모님도 오히려 친부모보다

더 바르시고 정많은 분들이셔서 아, 이게 부모로구나... 느끼고 삽니다.


제가 왜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히 늘어놓느냐하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이혼하시게 되시는 분들...

신랑이 나에게 이러저러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라는 심보로 애들 내버려두고

집나왔다는 글올리시던 분들...

이런 글을 보면 전 그분들 이해하기보다는 그 아이들의 심정으로 그분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런 가정에서 자랐고, 그 충격과 공포가 잊혀지지 않으니까요.

엄마의 잦은 가출, 아빠의 폭력...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아니겠습니까?

그나마 엄마라는 울타리가 있어 보호받던 아이들이 엄마가 사라져버리면

감당해야할 충격과 공포, 시련.... 어떻게 해야합니까?

부인이 싫어서, 남편이 싫어서 같이 못살고 이혼하겠다는데 뭐라 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짐싸서 집을 나오시기 전에 아이들 생각을 한번더 하시고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달라는 겁니다.

이혼도 갑자기 내려지는 결정이 아니듯이, 심사숙고 하시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랑으로 보듬아줄수 있을까도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