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채우기만 하는 것
가끔 TV프로에서,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서 개를 키우거나, 쌓아놓은 물건이 많아 누울 공간 하나 없이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이런 사연은 극심한 악취와 오물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이웃의 제보로 알려집니다. "저장 강박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대개 마음의 불안에서 옵니다. 저장 강박의 시작은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라는 마음입니다. 스스로도 물건이 많다는 걸 알지만, "필요할 때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에 물건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마음은, 종종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으로 변형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잃어버릴까봐 더 모으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이 축적되면, 물건의 필요성 여부는 더 이상 중요치 않고, 물건을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저에게도 저장 강박증이 있습니다. 어느 날, 써놓은 원고 파일을 정리해보니, 2만 개가 넘었습니다. 대부분 신변잡기 잡문들이지만, 숫자를 보니 놀라웠습니다.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무조건 많이 쓰던 습관이 굳은 것입니다. 문제는, 많이 써놓기만 했을 뿐,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도 노트북에 글을 쓸 때마다 수없이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실제로 랜섬웨어에 감염된 후, 원고를 두 개의 노트북과 또 다른 외장하드 파일에 따로 저장합니다. 문제는, 수없이 저장했지만 저장한 장소를 잊거나, 저장한 내용을 잊으면 문제 파일을 다시 찾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더 이상 정보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엔 모든 사진을 간직했지만, 요즘은 사진을 찍으면 꼭 필요한 사진만 남기고 바로 지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무지 정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입니다. 인생을 망치는 길 중의 하나가, 비우지 못하고, 계속 채우기만 하는 것입니다.(백영옥)
그렇습니다. 저는 인터넷 다음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많이 올립니다. 그러다 보니 그 글에 설명을 돕는 사진, 그림, 영상들도 많이 필요합니다. 나름 주제별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한다고는 하지만, 이 정리하는 것을 잠시 방치하면 다운로드한 그림이 어디론가 숨어 들어가 쓰레기로 변합니다. 그리고 정리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것이 컴퓨터를 느려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물건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잊을 것은 잊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짐이 되고 병이 되고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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