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더라도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갑작스레 추위가 찾아든 어느 날,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도예가인 선배는 쉰넷의 나이로 네 살 아래 남자와 만났다는, 애틋한 로맨스를 털어놓으면서 전광석화처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지인들은 인연은 따로 있는 법이라면서, 들뜬 맘으로 함께 결혼선물도 준비하고, 신혼집에도 찾아가서 축하해주었습니다. 반갑게 근황을 묻자, 선배는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둘이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 걸!”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남편의 행동에 사사건건 부딪히고, 유치한 싸움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무 해 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제가 도사 반열에 올랐으니, 그 비결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오히려 “지금 언니가 아주 좋은 상태처럼 보이는데요!”라고 하자, 놀리는 것 같았는지, 선배는 “무슨 뜻이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공방에서 컵 만들 때, 선배가 했던 말 기억나지 않나요?”하고 되물었습니다. 손잡이가 있는 찻잔을 만들려면, 우선 매끈하게 빚은 찻잔의 한쪽에 칼집을 내고, 손잡이 표면에도 흠집을 내어 거칠게 가공합니다. 그리고 물을 접착제 삼아 잔과 손잡이를 맞붙입니다. 그다음 불에 구우면,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단단한 찻잔이 된다고, 선배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선배는 이어서 “잔과 손잡이를 붙이는 과정이 멋지지 않니?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어느 정도 허물어야 상대방의 마음과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지금의 혼란은 서로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칼집을 내는 과정과 다름없다는 저의 말에, 선배는 위로받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 아프더라도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근사한 일이지!” 저는 영양가 높은 책을 골라 서둘러 부쳐주었습니다.(김유미)
그렇습니다. 우리가 결혼하면,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그것은 "부부가 진정으로 하나 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궁합이 잘 맞는 부부라도,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으니, 서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영원한 숙제입니다. 그런데,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향하여 "나한테 맞추라!"라고 할 게 아니라, 내가 상대방과 비슷하게끔 나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결점과 허물을 뜯어고치려고 애쓸 게 아니라, 서로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서 고치려고 힘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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