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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쉼표

예림의집 2021. 4. 9. 11:37

하나님의 쉼표

 

이야기를 마칠 때 우리는 종지부(終止符)라 부르는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런 기호는 사람의 눈에 쉽게 띕니다. 그러나 없으면 숨이 차서 죽게 되는 표가 있습니다. 쉼표입니다. 쉼표는 느낌표처럼 경탄하지도, 물음표처럼 대들지도, 종지부를 찍듯 단호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쉼표가 없는 삶은 큰소리, 요란, 다툼, 뜨거움으로 가득합니다. 모세에게 미디안 광야의 삶은 일종의 쉼표였습니다. 40년 동안 애굽 궁정에서 자라는 동안 묻은 이방의 때를 빼는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애굽에서의 영화와 권세에서 추락한 그에게 초라한 광야 생활은 실패와 분노, 체념으로 가득한 마침표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를 부르시고 새로운 사명으로 이끄시기 위한 쉼표로 생각하셨습니다. 결코 무익하거나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쉼표 즉, 휴지부(休止符)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모세는 이전에 몰랐던 일상의 놀라운 경이로움을 경험했습니다. 양 떼를 돌보고, 자녀를 양육하고, 초지를 찾아 이리저리 이동합니다.

야생화를 보며 생명력의 강인함을 배우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희망을 찾았습니다. 또 비를 맞으며 천막을 세우고 접는 일도 체험했습니다. 그에게 이런 지극히 일상적인 삶은 장차 올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의 칼과 창으로,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룩할 수 있다는 빗나간 열정과 망상을 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기다림은 소명과 사명의 소중한 의미를 깨우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하나님의 문법에 따른 위대한 쉼표였습니다.(류호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