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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는 중2입니다

예림의집 2020. 9. 12. 08:52

제 아이는 중2입니다

 

제 아이는 중2입니다. 중2의 위력은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최근에 그 위력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아이는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고 거의 폐인 수준으로 지냈습니다. 매일 침대에서 잠만 자고, 깨어 있을 땐 침대에서 휴대폰만 하고, 인터넷으로 하는 학교 수업도 듣지 않고, 출석체크만 겨우 해놓는 겁니다. 

물론, 거실에 나오는 일도 없고, 식구들과 식사하거나 대화하는 일도 없습니다. 남편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하여 일감이 줄어서 집에 있을 때가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이까지 저러니,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아이를 침대 밖으로 끌어내려고 애써봤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제가 밀리자, 남편은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저렇게 무책임하고 나태한 행동을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저는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배운 것을 고지식하게 적용하려는 성격이 있습니다. ‘저 아이가 사춘기 호르몬 변화로 감정의 기복을 겪고 있다. 그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요구하는 엄마가 아니라,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가 늦게 일어나도 밉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출석체크만 해도 대견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에 나왔다 들어가는 것이 감사하고, 혼자 먹다가 어쩌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엄마나 동생에게 못되게 굴지 않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가 놀라운 변화를 보였습니다. ‘일본 가서 나가사키우동 먹는 게 목표’라면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무튼, 아이가 6개월 만에 방황을 끝내준 것이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