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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예림의집 2019. 7. 15. 20:20

하소연..


동수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녀석은 얼핏 보면 고딩 같기도 했습니다. 훨칠한 키를 빼면 어디 한 곳 특별한 구석이 없는, 내 눈에는 영락없는 어린애였습니다. 나는 동수가 연애를 시작한 줄도 몰랐습니다. 알 길이 없었고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러나 알았어야 했습니다. 나는 그의 영혼에 대한 책임이 있는 담당 목사였으니까요.

어느 날 불쑥 동수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약속도 없이, 나는 잠옷 바람으로 그를 맞았습니다. 그는 인사도 없이 하소연부터 했습니다. 목소리가 컸습니다. "어느 산부인과인지 모르겠어요~ 허엉~!" 지나가던 이웃이 힐끔거렸습니다. 외풍에 약한 집 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얼른 등 뒤로 현관문을 닫았습니다. 방에서 3개월 된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동수가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내 앞에 내밀었습니다. 다급하게 쓴 듯한 문장이 보였습니다. '오빠, 도와줘, 낙태ㅎ 부모님ㄲ 끌려왔어.' '낙태'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동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치웠습니다. "목사님, 어느 병원인지를 모르겠어요!" 또 다른 이웃이 곁눈질하며 지나갔습니다. 나는 여전히 잠옷 바람이었습니다.

사실 동수는 전날도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때는 여자친구 소연이와 함께였습니다. 주일예배에는 자주 빠지면서도 수련회나 운동회에는 곡 나오던 아이들, 늘 기도 노트에 이름이 적혀 있는 내 아픈 손가락들이었습니다. 아내가 뜨거운 코코아를 내왔습니다.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정적 속에서 찻잔의 온기에 손을 녹였습니다. 동수가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습니다. "목사님 궁금한 게 있어요." 원래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차분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물었습니다. "응, 먼 데?" 그가 잠시 여자친구와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동수는 한숨을 쉬었고, 소연이는 고래를 숙였습니다. 동수가 입을 열었습니다. "목사님.. 하나님은 태아에게 영혼을 언제 주입하실까요?" 나는 손이 떨렸습니다. 질문은 하나였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대답 대신 반문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설마, 너희, 임신?" 둘 다 눈이 커졌습니다. 그리고는 급히 내 시선을 피했습니다. 나는 몸이 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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