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을 손에서 놓은 자
에바그리우스는 이 땅의 재물을 많이 움켜진 자들은 마치 무거운 짐을 가득 실은 선박과 같아서, 폭풍우가 심하게 불 때 난파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재물을 손에서 놓는 자들은 날개가 가벼워진 독수리가 더 높이 올라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여 먹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삶이 훨씬 안전해진다고 했습니다.
돈을 의지하며 살수록 하나님을 의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이 세상 욕심에서 가벼워질수록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의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며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복음 6:25-33).
재물이 아니라 하나님은 더 우선시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면, 하나님이 친히 그의 백성에게 의식주에 필요한 것을 주실 뿐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것까지 더하여 주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바울 역시 재물이 아니라 후히 주시고 평안이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며 살 것을 신자들에게 권고했습니다(디모데전서 6:17).
수도사들이 제시하는 탐욕의 두 번째 이유는 내적 결핍입니다. 그레고리우스는 탐욕은 사람이 내적으로 결핍되어 있을 때 훨씬 강하게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각종 좋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그 공허함을 채우고자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풍요롭게 지내고 세련된 옷을 입고 좋은 차를 굴리며 호사스럽게 살아도 뭔가 총족 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잇기 마련인데,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영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풍요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하지 않는다"(전도서 5:10)라는 전도자의 말은, 인간은 그 어떤 물질로도 만족할 수 없는 독특한 존재임을 말해 줍니다. 인간은 하나님으로 채워질 대 비로소 만족을 얻는 존재이기에, 그분께 돌아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세상의 더 좋은 것을 찾고 소유하려 합니다. 그래서 그레고리우스는 탐욕을 하나님을 떠나 참된 내적 기쁨을 상실한 인간이 끊임없이 대체물을 찾는 반작용으로 보았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위해 우리를 창조하셨기에, 당신 안에서 쉼을 얻기 전까지 우리는 결코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 물질이 주는 한시적 기쁨과 비교할 수 없는 참된 기쁨을 얻으면, 근원적 허전함이 해소되면서 비로소 탐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신곡」을 보면 연옥에서 탐욕의 죄를 참회하는 자들은 모두 땅바닥에 얼굴을 붙인 채 지냅니다. 그들은 세상에 살 때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땅의 것들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에 대한 벌을 받으며 연옥에서 통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시선을 돌려 하나님을 바라고 그분에게서 오는 안전과 만족을 얻을 때 비로소 인간은 탐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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