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끝맺은 우리 주님의 기도

감사로 끝맺은 우리 주님의 기도

빌립보 감옥에 갇혀 있던 바울은 영적인 눈을 통해, 보좌에 앉으신 주님 외에도 다른 무언가를 보았던 것이 아닐까요? 즉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온 에스겔이 강변에서 보았듯이, 헤아릴 수없이 많은 성도들이 그 보좌를 에워싸고 주님을 찬양하면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회오리바람처럼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에스겔 3:12)? 혹시 그는 밧모 섬에 추방되어 있던 사도 요한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합창을 들었던 것은 아닐까요(요한계시록 5:9-14). 구속받은 이들이 기쁨의 합창에 동참할 때, 그 노랫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없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서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부르는 합창처럼 들려옵니다. 

그것은 마치 바위로 둘러싸인 밧모 섬의 해변에 끊임없이 부딪혀 오는 파도소리와도 같았으며(요한계시록 19:6). 이 모든 소리를 합친 것보다도 더 웅장한 노랫소리였습니다. 구속받은 이들, 그분의 피로 씻김을 받은 이들만큼 예수님을 힘차게 찬양할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바울은 그 지하 감옥에서 이 같은 찬양의 모습을 보고 들었던 것일까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자신도 그 합창에 동참하게 되었을 것인데, 이처럼 감사로 끝맺은 그의 기도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주님이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감사로 기도를 끝마치셨던 일 역시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요한복음 11:41,42). 그때의 상황은 소망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사로는 무덤 속에 홀로 묻혀 있었으며, 더 이상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은 이제 어둠 속에 묻혔고, 그를 아끼던 벗들을 쓰라린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주님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시나이다." 라고 기도하셨습니다(41절). 

그러자 무덤이 열리고, 죽었던 나사로가 자기 발로 걸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제 벗들의 탄식은 노래로 바뀌었으며, 눈물에 젖었던 그들의 얼굴에서는 새로운 기쁨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주님이 보여 주신 이 귀한 본보기를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주님이 감사로 기도를 끝맺으신 일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분은 분명히 베다니에서 일어난 그 괴로운 일과 나사로의 소생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불가능한 상황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주님은 확신 속에서 감사로 기도를 마치셨던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기도하도록 합시다. 

나는 방황하는 아들 때문에 괴로워하던 한 어머니를 만났던 일을 기억합니다. 그녀는 매우 열심 있고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는데, 거칠고 방탕하게 살아가는 맏아들 때문에 마음이 찢기는 듯한 아픔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담긴 슬픔을 보면서, 나는 그 마음의 고통이 어떠한지를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의 표정에 변화가 찾아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 조금씩 평온이 깃들더니 그 평온은 점점 더 깊고 뚜렷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얼굴에 그런 평온이 찾아온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분명히 맏아들의 문제에는 달라진 점이 없음에도, 그녀의 마음과 표정에 깊은 평온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 평온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감화를 줄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자기 아들의 빗나간 행실에 대해 여전히 깊은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진 점은 자기 아들을 예수님께 온전히 맡겼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은 자기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또 그러실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기도의 결과는 이미 보장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맏아들은 변화될 것이며, 그것도 완전하게 변화될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분이 믿은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녀가 감사로 기도를 끝맺었을 때 주님이 그 감사를 통해 그분의 아들에게 역사하셨던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그의 영혼에는 깊은 평안이 찾아왔고, 그분의 감사는 이 평안을 통해 한층 더 견고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