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사랑초 당신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리며

예림의집 2018. 5. 8. 10:01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리며


작은 발을 쥐고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린다.

여든두 해 전에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동내방내 장군감이라 하셨단다.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정정하시다, 거뜬하시다 하며

나를 내려다 보시는

어머니의 따뜻한 눈길이 느껴질 때

난 말을 잃고 가만 가만, 조심 조심 

어머니의 발톱만 깍는다.

어머니 발등에 내 눈물 한방울

떨어질 찰라 더 연약하고 여리신

또 한분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세월의 무개를 홀로 견디어내신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어떠한 것으로 웃음을 선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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