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동역자나눔터

책임, 그 무거움에 대한 소회  김희석 교수

예림의집 2018. 4. 17. 07:14

책임, 그 무거움에 대한 소회


김희석 교수


1. 수업이 금요일부터 정상적으로 재개되었음에도,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습니다. 벚꽃을 보아도 좋은 줄 모르겠습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제 마음은, 봄이 정말 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우리는 선택을 했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중입니다. 저 자신도 많이 부족했지만 학생들과 마음을 함께 하기로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3. 성명서에 이름을 실었고, 양지 임시교수회 개최를 위해 앞서서 뛰었고, 동계강좌 강의를 빼앗겼고, 사당으로 강의처가 바뀌었고, 용역이 들어오던 날 학생들과 함께 밤을 새웠고, 회복예배에 참여하고 설교했고, 용역이 들어올까봐 두려워하며 또 밤을 새웠고, 교육부 조사에 마음 졸이며 사당을 떠나지 못했고, 정말 많이 기다렸던 교육부의 통보를 받았지만, 앞으로에 대한 염려와 걱정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4.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원래 분쟁 중에 앞에 나서는 성격이 못되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눈을 딱 감고 했습니다. 학생들이 눈에 밟혔고, 학교가 걱정이 되어서 그리 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제 마음에 오랫동안 강력한 흔적을 남길 것이라 여겨집니다.


5. 뿐만 아닙니다. 총장과 이사회/교직원/용역들과 싸워야 하는 학생들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고통, 동료교수들을 저버리고 신대원위원회로 들어가버린 교수들에 대한 실망감, 의견차로 갈라진 학생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아픔, 잘 회복될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 사회 앞에서 신학교가 당한 부끄러운 수치, 이런 것들이 제 마음에 오래 남을텐데, 이 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제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바인 것 같습니다.


6. 이번 학교 사태를 통해볼 때,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내 행동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지는 것 정도를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한 행동은 당연히 자기가 책임을 져야하지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벌을 받는 것도 일종의 책임이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말로 이번 사태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7. 정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나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어떤 책임을 졌는가를 의미한다고 여겨집니다. 선생으로서 공동체를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었는가 아니면 내 삶/내 이익/내 가치만을 귀중하게 여겼는가, 이것이 제가 생각해야 할 책임의 문제일 것입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직원의 입장에서도, 총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책임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8. 책임을 진다는 것은 희생을 동반하며, 매우 어렵고, 때로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감당해내야 할 무거운 숙제를 짊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해야 하면 해야되겠지요.


9. 저에게 있어서 "책임"이라 하면 떠오르는 분은 당연히 예수님이십니다. 책임지지 않아도 될 우리를 책임지시기 위해 고난과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신 분이시지요. 신학교에서 배우는 목회자 후보생, 기독청년들이라면, 나의 삶에 미칠 이익을 생각함을 넘어서서, 공동체를 위해 내가 어떻게 책임지는 삶을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연습해야 할 것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