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란
진리란 사람이 자기 판단 기준이나 경험에 따라 생겨나고 없어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과 경험조차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진리는 절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절대적 진리라는 것은 관점, 지각, 이성, 직감, 경험 등으로 한 사실을 이해하고 판단했을 때 그 이해와 판단을 가능하게 하며 이치에 맞게 해 주는 전제적 조건과 같다 예를 들어,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나름대로의 명제를 내놓았을 때 이 명제가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윤리적 당위만 아니라 그 명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어떤 인식론적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 만약 그 명제의 단어 하나, 하나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고 단어들이 서로 연결 이 되지 않고, 논리적 흐름도 불가능하고, 주장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실체이고 듣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실체라고 하면 그 명제의 존재 자체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즉 불가능한 명제이다. “절대적 진리는 없다.”라는 명제 자체의 진위는 사실 이차적 문제이다 사람마다 관점이 있고 견해가 있고 지각이 있고 이성이 있고 경험이 있고 논리가 있는 것인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내려지든 그것은 이차적인 문제이다. 일차적 문제는 그 명제가 주어진 것이 처음부터 가능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가능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 근거는 그 명제보다 더 궁극적인 진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적 진리는 없다.”라고 히는 명제가 타당한 것이라면 이 명제는 스스로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진리는 스스로 진리임을 증거하고 진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진리 외의 것이 진리로 인정해서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진리는 우리가 변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진리 자체가 하는 것이다. 왜냐면 진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고 역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 여전히 생각하기를 어떻게 진리 자체가 진리를 변증할 수 있는가? 진리는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증명하고 지키는 것 아니겠는가? 진리의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믿지 않겠는가? 진리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주어져야 이해를 도출할 수 있지 않겠는가? 등의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질문들은 타당한 질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진리가 어떤 인격체가 되어서 말을 하고 스스로 변증하고 확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나 우리의 존재를 비롯해서 모든 경험들과 지식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진리라는 것이다 진리가 직접 나서서 진리를 변증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있어 인간의 모든 작업이 가능하기에 진리임이 증거된다는 것이다. 진리가 없다면 반대로 그 모든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진리가 스스로 반증되고 확정된다. 더욱이 비록 진리를 부정한다고 해도 진리가 있기 때문에 그 부정의 작업도 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리를 위하는 것이요,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요, 진리를 의존해서 사는 것뿐이다. 불신자가 진리를 거슬러 악한 삶을 살아도 자기 정체성이나 악이라는 것도 진리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그도 진리를 거슬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진리가 주어진 범위 내에 우리는 그 진리의 도구로서 논리나 이성이나 경험을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사실 진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믿고 논리나 이성이나 경험을 통하여 진리를 확정하려고 한다고 하면 그 진리는 논리나 이성이나 경험에 의존한 진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논리나 이성이나 경험에 의해 취소되거나 변경이 될 수 있고, 또 추상적인 개념에만 존재하는 형식적 진리일 수도 있고, 혹은 전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진리를 확정함에 있어 서로 다른 논리의 철학이나 이성 혹은 경험의 가치나 기준을 정할 또 다른 철학 혹은 기준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추론되고 확정되는 진리는 상대적이며 잠정적(contingent) 이며 형식적 진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추론과 확정에 앞서 이미 존재하는 진리는 추상적 개념 내지는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의 계시의 말씀으로 인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진리이다. 반복해서 강조하자면 하나님이 진리이며 그의 계시가 진리이다. 진리의 절대성은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기능하다는 것이다. 진리를 절대화하는 또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궁극적(ultimate)인 것 이 될 것이고 하나님도 그것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하나님을 떠나서 다른 궁극적인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하나님 자신이 진리이며 그의 계시 자체가 진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은 하나님의 본질과 구별하기 힘들다. 그의 권위와 능력과 가치와 동등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 그의 계시이다. 성경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인간의 역사와 경험들을 기록한 책이지만 하나님이 그 모든 것을 사용하여 자신의 뜻과 속성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과 공간 안에서 기록된 다른 책들과 같은 차원에 놓아서는 아니 된다 성경은 또한 단순히 어떤 이치(axiom)나 원리(principle)가 아니다. 물론 성경에서 사실적인 이치나 원리를 추론할 수는 있지만 성경 자체가 이치나 원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왜나면 살아계신 위격(Person)이신 하나님의 뜻과 속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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