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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음악 CCM

예림의집 2017. 11. 25. 14:14

새로운 대중음악 CCM


199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중에서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은 것이 있다면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줄여서 'CCM'으로도 불리는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말부터 우리나라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음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지는 꽤 오래지만 그 용어가 쓰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크리스천 음악에 대한 용어의 개념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CCM대신 '가스펠송'이란 말과 이를 번역한 '복음성가'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여왔다. 기독교음악 중에서 찬송가나 성가를 제외한 대중적 스타일의 음악을 '가스펠송' 또는 '복음성가'로 뭉뚱그려 불렀던 것이다. 언어는 이를 쓰는 대중들이 규정해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CCM이란 말이 대중음악계에서 확고한 장르로 자리잡은 바에는 우리도 용어를 구별하여 쓸 필요가 있다. 우선 CCM이 그동안 우리가 써오던 '가스펠송'이나 '복음성가'와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기로 하자.

CCM이란 말은 미국에서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19세기부터 '가스펠송Gospel Song'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고 복음적인 내용을 담은 노래들을 '가스펠음악Gospel Music'으로 통칭해왔다. 그런데 흑인들이 흑인영가에서부터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켜가면서 보통 '가스펠'이라고 부르는 '블랙 가스펠Black Gospel'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었다. 흑인들의 가스펠은 그 창법이나 음악스타일이 다른 장르와 확연하게 구분이 되었다.

한편 백인들은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컨츄리풍의 '서던 가스펠Southern Gospel'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왔는데 이 음악도 다른 장르와 구분이 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이 섞여 만들어진 록큰롤Rock'n' Roll이 등장하면서 기독교 관련음악에도 블랙 가스펠이나 서던 가스펠의 맥과는 다른 음악이 등장했다. 이 음악은 외양으로는 일반 팝음악과 구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독교적인 것을 다루었다. 이 음악이 바로 CCM이었다. 처음엔 이 음악이 예수음악Jesus Music, 또는 지저스록Jesus-rock으로 불렸다. 일반음악계에서는 이런 음악을 '가스펠' 또는 '인스피레이셔널Inspirational', '릴리져스Religious' 음악으로 분류하다가 1970년대말부터 '컨템퍼러리 크리스천'이라는 용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찬송가풍의 음악과는 뭔가 다른 음악을 하나의 흐름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반차트전문지인 [빌보드]를 보면 기독교관련음악으로 CCM과 가스펠의 두 차트를 두고 있다. [빌보드]는 CCM은 팝/록 계열의 음악을, 가스펠은 흑인전통 가스펠과 소울,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음악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CCM은 일반대중음악의 스타일을 똑같이 갖고 있으면서 내용은 기독교적 가치관을 담고 있는 음악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가요계의 입장에서 보아 스타일은 가요와 다를 바 없는데 내용은 기독교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 음악을 '복음성가'라고 부른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CCM과 우리나라의 복음성가는 같은 선상에 있는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엔 복음성가라고 부르지 않고 CCM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많아진 것이다.

CCM은 그 음악스타일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컨템퍼러리'하다. 요즘의 음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늘의 시대와 문화상황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다같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지음받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내용을 담는 노래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족통일을 이루어 한민족 모두에게 그리스도의 진리를 전파하려는 소망이 담긴 노래가 만들어진다. 2천년 전 예수님이 당시 상황에 비춘 여러 가지 비유를 하셨듯이 CCM도 오늘의 상황을 반영하여 기독교 진리를 전파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70년대부터 미국에서 '가스펠송', '가스펠뮤직'을 들여오면서 이들을 '복음성가'라는 말로 정착시켰다. 하지만 '복음적인 내용을 담은 음악'으로서의 '복음성가'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적인 교회음악이나 성가와 대비되는 대중적인 기독교음악'의 뜻으로 일반인의 인식이 바뀌었다. 이렇게 개념인식이 바뀌었다면 '복음성가'라는 말보다는 CCM이란 용어가 더 알맞지 않은가 해서 1980년대말부터 CCM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CCM을 적절하게 우리말로 번역하지 못해 재즈, 팝, 록 등의 이름을 영어대로 쓰듯이 CCM도 그대로 쓰이게 되었다.

CCM은 이제 차트로 구분될 만큼 일반화되버린 이름이기 때문에 굳이 용어사용을 배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포괄적으로 개념을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 결론적으로 CCM은 첫째, 미국에서 흑인음악인 가스펠과 대비되는 크리스천 음악 즉 팝, 록 계열을 포함한 현대 대중음악스타일을 띤 크리스천 음악(그 가사가 영어이든, 독일어이든, 불어이든, 우리말이든 상관없이)으로 좁게 지칭할 수 있고 둘째, 본질적으로는 '주님의 말씀이 육화된 내용을 지니면서 요즘 시대의 음악흐름을 따라가는 음악'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가스펠뮤직의 간단한 역사

포괄적인 뜻으로의 가스펠 음악은 19세기말 미국에서 발전하였다. 가스펠 송이란 말은 19세기말 미국에서 처음 쓰였다. 1874년 당시 미국의 유명한 부흥사 휘틀(D.W.Whittle 1840-1901)의 집회에서 찬송인도자로 활동하던 블리스Phillip Bliss에 의해서 출판된 노래모음집 [가스펠송]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가스펠송은 당시의 대중적인 부흥집회나 산과 들에서 열린 캠프집회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거나 구원에의 기쁨을 간증하며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개인적, 주관적으로 표현한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음악적으로는 명랑하고 민요적인 요소를 담은 세속적인 스타일이었다.

당시에 불리던 가스펠송을 보면 "하나님의 진리등대","이 몸의 소망 무엔가", "저 죽어가는 자","저 장미꽃 위의 이슬", "주 예수 내맘에 오신후","나 주를 멀리 떠났다", "저기 갈보리산 험한 십자가는","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등 필립 블리스Phillip Paul Bliss, 아이러 생키Ira Sankey, 윌리엄 커크패트릭William J.Kirkpatrick, 패니 크로스비Fanny Crosby 등 당시의 유명한 가스펠송 작사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1920년경 가스펠송은 흑인영가와 재즈의 요소를 혼합하여 생기있고 더욱 힘찬 곡으로 변해갔다. 이런 음악은 후에 미국 북동부 흑인들 위주로 발전해나가면서 리듬앤 블루스, 소울 등의 요소를 가미하여 오늘날 좁은 뜻의 가스펠 음악이 되었다. 이를 밝혀 블랙가스펠이라고 부른다.

한편 백인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발라드나 민요를 바탕으로 컨츄리풍의 가스펠송을 발전시켜나갔는데 이 음악은 남부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므로 서던 가스펠이라 불렸다. 백인들의 가스펠인 서던 가스펠은 1950,60년대의 주된 가스펠음악이었다. 백인들의 전통 가스펠이 록음악의 요소를 혼합하고 새로운 현대적인 다양한 음악요소를 받아들여서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으로 발전하게 된다.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

형식적으로 보면 가스펠 음악 역사중에서 1960년대 중반 이후가 바로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 시대이다.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이란 용어는 1970년대 말부터 쓰여졌다. 그 이전까지는 '지저스 뮤직Jesus music'(예수음악),'지저스-록Jesus-rock'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크리스천 음악업계가 자리잡아가고 또 컨템퍼러리한 음악이 일반화되자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이란 용어가 정착된 것이다. 그래서 일반 팝계에서도 이 CCM이란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게 되었다.

미국의 종합 차트지인 [빌보드]의 예를 들어보자. [빌보드]는 대중적인 크리스천 음악을 '인스피레이셔널Inspirational'이란 장르로 따로 구분해놓았다가 1984년부터 이를 '컨템퍼러리 크리스천'과 '가스펠'의 두 갈래로 더 나누었다. 이때는 미국에서 '컨템퍼러리 크리스천 뮤직'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지 5-6년 지난 후였다.

사실 일반 팝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두 가지 장르는 음악스타일로는 일반 팝과 구분이 안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인스피레이셔널' 또는 '릴리져스Religious' 등으로 구분해서 형식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다른 음악과 구분될만큼 종교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1970년대 말부터는 이들 음악이 점점 더 컨템퍼러리하게 되어 형식적으로는 일반 팝음악과 구별이 안되었다. 그러나 이런 음악이 뚜렷하게 한 무리를 이루면서 커나가고 있었기때문에 내용으로 구분된 장르가 형성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빌보드 차트에 등장하는 음악은 팝/록/컨츄리/리듬 앤 블루스/메탈/클래식 등 음악스타일로 구분되지만 컨템퍼러리 크리스천은 랩이나 메탈을 포함한 팝/록 계열로 스타일로는 구분되지 않는 장르이다. 다시 말하면 빌보드 지에서 스타일보다는 내용으로 구분하는 유일한 장르인 셈이다.

보다 더 자세히 나누자면 백인 위주의 음악인 팝/록/컨츄리/메탈/발라드/포크 등은 '컨템퍼러리 크리스천'으로 뭉뚱그려지고 흑인위주의 음악인 R&B, 소울 등은 '가스펠'로 뭉뚱그려진다. 그러니까 [빌보드]지의 구분대로 한다면 내용상 '가스펠 뮤직'인 장르는 두 가지, 즉 '컨템퍼러리 크리스천'과 '가스펠'이 있는데 '컨템퍼러리 크리스천'은 스타일상으로는 팝/록 계열이며 '가스펠'은 리듬앤 블루스/블랙 가스펠 계열인 것이다. 그래미상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분류법에 따라서 '컨템퍼러리 팝 가스펠', '컨템퍼러리 록 가스펠', '컨템퍼러리 블랙 가스펠', '컨템퍼러리 소울 가스펠' 등 '컨템퍼러리'와 '가스펠'을 쓰고 있다. 

이렇게 CCM은 기독교음악 안에서는 스타일로 구분된 것이며 일반 대중음악에서는 내용으로 구별되어 지칭되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적인 대중음악이면 다 '가스펠송'을 우리말로 만든 '복음성가'라는 용어로 포괄한다. 그러나 국내 복음성가의 스타일을 보면 거의가 다 CCM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용어를 정리해야할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가스펠' 또는 '복음성가'로 알고 있는 음악을 새로운 용어 CCM으로 바꿔 불러야 할까? 아니면 사회적 공통인식대로 '가스펠' 또는 '복음성가'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우리만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야 할까?

현재 CCM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 팝 차트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일반 팝계에서도 활발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일반 팝과는 다른 기독교적인 도덕과 사랑, 사회정의를 담고 있는 노래가 나름대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대중음악으로 등장한 CCM이 대표되는 용어로 쓰여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