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과 준거점
그러므로 세계관(world-view)이나 준거점(reference-point)과 같은 전제는 본인이 인지하고 느끼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의 정신적 경험이나 지식의 활동이 있었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없으면 처음부터 정신적 활동이 불가능하다. 마치 물고기가 물이 있어야 헤엄을 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적 활동은 그것을 가능하게 히는 체계나 틀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사용하는 개념들을 이어주는 체계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 혹은 지식적 활동은 불가능하다. 흑 자신은 복잡한 세계관이 준거점이나 전제 같은 것이 없고 그냥 평범하게 살기를 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평범함은 궤변주의(Sophi sm)에서 주장하는 ‘무관심(apatheia)’이나 스토아학파(Stoicism)가 주장하는 ‘평정심(ataraxia)’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이 일종의 세계관이요 전제이다. 사실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이기적인 세계관이요 전제이다.
사람이면 반드시 나름의 어떤 세계관 혹은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제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세계관 혹은 전제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또한 가능하게 했다면 이치에 맞게 하는 것이냐 아니냐를 문제 삼아야 한다. 반틸의 변증학의 핵심은 기독교 세계관이 유일하게 인간의 경험과 지식을 가능하게 하며 이치에 맞게 하는 세계관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역으로 그 외의 세계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면 하나님을 궁극적 전제로 삼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행 17:28에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며 인간 모두가 하나님을 힘입어 살고 있음을 말씀한다. 또한 롬 1:20에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말씀한다.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인간을 포함하여)은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알 수밖에 없다 하나님을 알고 있고 의존하고 있는데도 자신은 의존하지도 않고 또한 알지도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 자신은 하나님을 모른다고 했을 때 그 ‘모른다’는 생각도 하나님을 의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제주의적 변증학에서 말하는 전제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무엇을 미리 품고 있는 가설이나 선입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그의 계시와 속성과 창조를 의미한다. 전제주의적 변증학이 성경적 방법론인 이유는 바로 하나님이 만드신 우주가 하나님의 일관성(coherence)을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일관성에 부합되지 않는 세계관 혹은 전제는 어떤 경험이 나 지식 혹은 사실들(facts)이나 원리들(Iaws)을 이치에 맞게 설명하거나 해석할 수가 없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자연 세계만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도 창조하셨다. 정신세계는 합리적 질서, 논리적 질서, 개념적 질서, 도덕적 질서, 법적 질서, 심리적 질서, 영적 질서 모든 것이 포함된 세계이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려고 의도하고, 무슨 판단을 하려고 해도 하나님 이 창조하신 정신세계의 일관성을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연(chance) 혹은 우유성(contingency)
에 의존해야 하는데 우연은 질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어떤 일관성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면 의사소통도 불가능하고, 사실들에 대한 해석도 불가능하고, 자신의 논리의 흐름도 끊긴다. 이런 차원에서 하나님 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기능하지도 않고 이치에 맞지도 않게 된다!(It doesn’t make a sense!) 반틸은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님 전제에서부터 시작하는 변증학이 유일하게 합리적(rational)이며 지성적(intelligible) 이며 개혁 주의 전통에 부합된다고 강조한다. 반틸은 다음과 같이 전제주의적 변증학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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