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기①
단테는 『신곡』의 연옥편에서, 분노의 죄를 저지를 자들이 참회하는 곳을 지나다가 갑자기 온화한 스데반의 한영을 봅니다. 스데반은 분노에 사로잡혀 "죽여라"라고 소리치며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무리 앞에서 죽어가면서도, 하나님게 그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단테는 이 모습을 보며 분노의 대안으로 용서를 제시합니다. 용서는 분노를 해결하는 가장 정확하면서도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왜냐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순간적으로 그 기운을 누를 수는 있지만, 그렇게 억누른 분노는 언젠가 다시 불쑥 솟아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방안은 분노의 뿌리를 뽑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용서입니다.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고 ...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31-32)"는 바울의 권고 역시 용서가 궁극적인 대안임을 말해줍니다.
분노한다는 것은 이전에 받은 상처에 얽매여 있다는 뜻인데, 용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헬라어로 용서를 의미하는 단어는 '아페시스(aphetis)'이며, 이는 '체포된 상태에서 풀어 준다'는 뜻입니다. 용서는 분노의 대상자 모두를 과거의 상처에서 자유롭게 풀어 주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199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철폐되고 흑인 정권이 들어선 후, 성공회 주교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는 "용서 없이는 결코 남아공의 미래도 없다"고 역설하면서, 이전에 자신들을 지배하고 차별해 온 백인들을 용서하고 그들과 손을 잡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을 호소했습니다. 이처럼 용서는 분노로 점철된 과거가 아닌 전혀 달라진 미래를 창조하는 핵심적인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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