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하나님 되기
역사적으로 교회는 교만을 단순한 윤리적 개념을 훨씬 넘어선느 신학적인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 이것이 일반 윤리학계와 교회 전통의 현저한 차이점이다. 성경은 교만을 단순히 자기를 높이는 것을 넘어,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자신과 삶의 주인으로 사아가려는 태도라고 가르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첫 범죄는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스스로 하나님처럼 되어 자신과 세계를 통치하며 살려고 한 것이었다고 해석했다(창 3:1-7). 시날 평지에서 바벨탑을 쌓던 인간의 행동도 다르지 않았다(창 11:1-9). 모여 살며 문며을 이루고 힘이 강성해지자, 사람들은 교만해져서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려고(창 11:4)" 했다. '이름을 내다'라는 말의 원뜻은 '스스로 이름을 짓는다'는 의미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이 동식물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던 것(창 2:20)처럼,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주권과 지배권을 가짐을 의미한다. 즉 그들은 바벨탑을 쌓고 성을 건설하여 함께 지내면서 스스로 하나님 대신 땅의 지배자요 주권자로 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결국 그들을 흩으셨다. 사무엘하에도 이스라엘 왕 다윗이 하나님의 명령을 거스르며 자기 뜻대로 인구 조사를 하는 내용이 나온다. 요압은 왕의 명령에 저항하며,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규모와 상관없이 나라를 지키실 것임에도 그것을 믿지 못하고 자기 군대의 힘을 의지하려는 왕을 책망한다(삼하 24:3). 다윗의 행위는 하나님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명백한 교만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교만이란 하나님 없이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법도를 무시하고 자기 뜻과 생각대로 하는 행동을 통해 확연히 나타난다(시 119:21, 69, 78, 85).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첫 인간의 죄는 자기 눈이 밝아져 하나님같이 되기를 기대한 교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님같이 되려는 의지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악한 행동이 나왔다는 것이다. 자신을 하나님처럼 높이려는 것은 자신이 굳게 뿌리내려 있어야 하는 "자신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그 근원으로 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교만은 도로시 세이어즈의 말처럼 "하나님이 되려는 것"과 다름없다.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첫 인간이 저지른 범죄의 핵심은 교만이고, 그것으 본질은 "자기주심성"이라고 분석했다. 인류의 조상 아담이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선악을 알게하는 과실을 따먹은 것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하며 살아야 하는 피조물의 신분을 벗어나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되려고 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본래 인간은 한편으로는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자기 한계를 그복해 갈 능력을 지닌 존재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결코 충복될 수 없는 '유한성'과 '의존성', '불충족성;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지닌 이중적 존재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건 아래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분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거나, 아니면 한계를 뛰어넘어 하나님 없이 스스로 운명을 책임지며 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첫 인간은 결국 후자를 택했다. "과실을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라는 유혹에 빠져 스스로 토치자가 되고자 한 것이다. 니버는 이 창조 기사를 해석하면서, 교만은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만은 이처럼 자기를 높이는 것이고 결국은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만의 본질은, 사탄이 자기를 높여 하나님 자리에 앉아 세상을 다스리려고 시도하다 천사의 무리에서 떨어진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내 자리를 높이리라. ... 가장 높은 구름에 올라가 지극히 높은 이와 같아지리라(사 14:13-14)."
교만의 이런 성격 때문에, 6세기의 그레고리우스는 교만을 일곱 대죄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일곱 대죄의 뿌리라고 말했다. 교마네서 다른 모든 죄가 나온다는 것이다. C.S. 루이스 역시 교만이야말로 죄 중의 죄요 "가장 큰 죄"이며, 다른 모든 조악은 교만에 비하면 마치 "벼룩에 물린 자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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