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서문
이 "깨진 토기의 축복"이라는 책은 "야곱,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으로 출판되었던 책에 몇 개의 소논문을 추가하고, 교정을 좀 더 자세하게 봐서 새롭게 펴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이전의 제목으로 펴냇을 때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움이 큰 것은 책의 제목이었다. 내러티브 이론을 공부하고, 또 그 책을 쓰는 내내 필자는 성경의 인물들이 현제 21세기를 살아나가는 우리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아 왔다. 그래서 "야곱,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라는 제목을 떠올렸을 때 참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교정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는 나의 글의 핵심이 조금 다른데 있으며, 그것이 나의 학술 연구와 저술 작업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것은 영국의 경건한 저술가 윌리엄 로(William Law, 1686-1761)가 천명한 말로 정리될 수 있다.
"기독교란 종교의 총체적인 성경은 이 두 가지 큰 기둥, 즉 우리의 타락의 큼과 우리으 구속의 큼에 기초하고 있다."
우선 성경은 우리 인간이란 존재의 "타락의 큼"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타락의 큼"이란 점에 있어서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든지, 그의 아들 이삭이든지, 하나니모가 싸워 이긴 자라는 이름을 가진 야곱이든지, 아미면 성경에서 가장 악한 인간들 중의 하나로 꼽히는 아합이든지 간에 다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인간의 실존이고 굴레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탄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슬픔 대신 화관을 쓰고, 재 대신 기쁨의 기름을 몸에 바를 수 있는 이유(사 61:3)는 하나님의 "구속의 큼" 역시 사실이라는 점이다.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을 통해 표현되는 이런 하나님의 은혜의 씨앗을 나는 예레미야 18:1-6의 토기장이에 대한 가르침 속에서 찾았다. 토기장이는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 토기장이의 뜻을 따르지 않고 망가질 때 그것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다시 잘 빚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그릇을 만든다(렘 18:4). 마찬가지로 온 우주의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은 인간이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때 그들을 그냥 버리지 않으시고, 다시 잘 빚어서 결국 당신께서 원하는 존재로 만들어내신다. 다시 빚기 위해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쏟아 부어야 하는 값을 치르셔야 했지만 말이다. 내가 이전 책을 쓰는 내내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사항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인간의 "타락의 큼"과 하나님의 "구속의 큼"이라는 두 가지 기둥을 내러티브적 분석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전 책의 마지막 교정 단계에서 새로 떠올린 제목은 "깨진 토기의 축복"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부득이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이 책의 제목으로 삼지 못했다. 그리고 이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도 이제 약간의 교정과 더불어 몇 개의 글을 추가하고, 책의 편제를 달리하여 이렇게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 새 제목을 이책에 달고자 한다.
한 책을 내고, 다시 내는 데에는 항상 많은 살마들의 수고가 필요한 법이다. 원래의 책에 내가 표시했던 감사는 그래로 지금도 유효하므로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대신 이책을 내면서 마땅히 가장 큰 감사는 솔로몬 출판사의 박영호 사장님과 편집자들께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박영호 사장님은 내가 참으로 힘든 시기를 지내는 중에 결코 잊지 못할 만큼 커다란 호의와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앞으로 여러 가지로 그 호의와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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