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서 야곱의 중요성
창세기 11:27-50:26까지의 본문을 아브라함부터 요셉에까지 각 인물의 등장과 죽음을 기준으로 해서 나누어보면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창 11:27-25:11 아브라함(Avraham Cycle)
창 21:1-35:29 이삭(Isaac Cycle)
창 25:19-49:14 야곱(Avraham Cycle)
창 37:1-50:26 요셉(Jacob Cycle)
이 구조를 조금만 유의해서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는 본문상으로, 그리고 연대기상으로 서로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일례로 아브라함의 죽음은 25:1-11에 기록되어 있다. 반면 이삭의 출생은 21:1-7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두 인물의 기록은 21:1-25:11에는 겹쳐서 나타난다. 또한 이삭의 죽음은 35:27-29에 기록되어 있고, 그의 아들 야곱의 탄생은 25:19-26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25:19-35:29의 방대한 분량은 두 사람이ㅡ 삶이 겹치는 부분이다. 물론 여기에 언급된 중첩 부분들에서 동시대를 살아간 이 두 사람이 같은 정도의 활약을 한 것은 아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중첩 부분에서 이삭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22장의 모리아산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이야기 정도가 그나마 그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22장 속에서도 많은 설교들이 제시하는 바와는 달리 그의 역할은 지극히 수동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야곱의 생애와 겹치는 부분에서도 그의 역할을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가 유일하게 독자적인 중심인물로 활동하는 26장과 축복의 문제를 다루는 27장에서만 그는 나름대로 등장인물답게 활동하며, 야곱의 나머지 인생에서 그의 역할은 거의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창세기의 족장 이야기들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생략-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창세기의 족장 이야기들 속에서 두드러진 인물은 단연코 아브라함과 야곱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야곱이 아브라함보다 더 중요성을 띤다. 반면 이삭은 자기 아버지 아브라함과 자기 아들 야곱 사이에 끼어서 존재감이 상당히 작다. 요셉의 경우 그가 등장하는 본문은 이삭보다 상대적으로 길기는 하지만 사실상 그의 삶은 아버지 야곱의 삶과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겹친다. 이 그림이 보여주는 관찰사항들을 좀더 자세히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1)아브라함의 죽음(25:1-18)은 야곱의 탄생(25:19-26)과 아예 맞닿아 있다. 따라서 이삭이 독자적으로 활동한 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26장 정도가 그나마 그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유일한 본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본문은 25:19-34의 야곱의 탄생 이후에 니온다. 이런 배열의 결과 이삭이 독자적인 인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기회는 최소한 내러티브상으로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야곱과 요셉의 경우 37-50장에서 이 둘의 활약상은 상당 부분 겹친다. 사실 요셉만이 무대 위에서 독자적인 주인공으로 활동하는 것은 38-41장 정도다. 나머지 장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 야곱이 무대 위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 그는 42장에서 재등장한 이후 창세기 50장 전반부까지, 즉 창세기의 마지막 부분까지 거의 계속해서 등장한다. 따라서 그는 25-50장까지 창세기의 절반이 넘는 장들 속에서 거의 계속해서 주인공, 혹은 중요인물로서 등장한다.
(3)창세기 37-50장의 소위 요셉의 이야기 속에서도 언뜻 보면 주인공이 요셉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그는 야곱과 열두 아들들이 애굽 고센에 안착하도록 하나님끼ㅔ서 섭리하시는데 있어서 도구로 사용되는 존재일 뿐이다. 더욱이 그의 역할을 아들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더 큰 것 뿐이다. 이 점은 요셉이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39-41장을 제외하고는 야곱과 열두 아들들이 계속적으로 거의 전 장면에 요셉과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통해서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셉의 독자적인 활동 장면 역시 야곱과 열두 아들들의 애굽 정착을 위한 준비과정의 기능을 할 뿐이다. 이 점은 45:5-8과 50:19-21에서 요셉 스스로가 언급하는 바와 같이 하나님의 섭리인 것이다. 따라서 37-50장은 사실 요셉 이야기가 아니라 야곱 가족의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또한 창세기 38장은 37-50장을 요셉의 이야기로 읽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장에는 야곱의 가족 중 오직 유다만 독자적으로 등장한다. 이 장은 요셉의 이야기와 더블로 블롯으로 맞물리는 데, 이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요셉의 이야기와 연관을 맺도록 되어 있는 것은 유다와 요셉이 후일에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주인공이 될 북왕국과 남왕국의 지배적인 지파들의 조상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후대의 역사에서 유다와 요셉이 어떻게 얽히든지 상관없이 유다에 대한 38장의 에피소드 역시 37-50장을 요셉의 이야기가 아니라 야곱의 가족 이야기로 읽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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