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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②

예림의집 2011. 1. 1. 15:21

시편의 가장 주된 형식적 특징, 가장 두드러진 문장 양식은 다행히 번역을 해도 그대로 살아 남습니다. 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마 독자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학자들이 '평행법(parallelism)'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같은 이야기를 다른 단어로 반복해 말하는 방식입니다. 시편 2편 4절이 그 좋은 예입니다.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

37편 6절도 그렇습니다.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니로다."

이것이 문장의 양식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예전의 설교자들처럼) 그 절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기발하고도 엉뚱한 해석을 하거나, 그런 식의 표현을 그저 우스꽝스럽게 여기고 지나칠 것입니다.

사실 평행법은 모든 양식과 예술에 통용되는 더없이 좋은 예입니다. 누군가 예술의 원리를 '같은 것을 다른 식으로'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포크댄스를 출 때 여러분은 먼저 세 스텝을 가고 다시 또 세 스텝을 갑니다. 이것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 세 스텝은 오른족으로 가고, 나중 세 스텝은 왼쪽으로 갑니다. 이것은 '다른 식으로'입니다. 건축물에도 오른쪽과 왼쪽 방향으로 똑같은 날개 부분이 잇습니다. 음악에도 작곡가는 먼저 'ABC'를 말하고, 그 후에 'abc'를 말하고, 그 후에 'αβγ'를 말합니다. 시의 운(rhyme)도 서로 다른 첫 자음들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음을 가진 두개의 음절을 한데 모아 놓은 것입니다. 평행법은 이렇듯 같은 것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히브리어 문학 형식으로, 영시에서도 적잖게 나타납니다. 한 예로 말로(Christopher Marlowe)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올곧게 자란 그 나뭇가지가 잘려졌네

   아폴로의 월게수가 가지가 불탔음이여

   Cut is the branch that might have grown full straight

   And burned is Apollo's laurel bough,

 

<체리나무 캐럴(Cherry Tree Carol)>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는 매우 간단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요셉은 노인, 노인은 요셉

   Joseph was an old man and an old man was he.

 

물론 평행법은 의도적으로 일부가 감추어진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그림에서 사물들 사이의 균형은 완벽한 대칭보다 훨씬 미묘한 무엇이듯이). 그런가 하면 시편 119편이나 후렴이 딸린 107편처럼 훨씬 더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평행법입니다.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는 성경의 시가 지닌 주된 현식적 특징 (운율과 달리)번역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는 관점에 따라) 기가 막히게 좋은 운(運) 이거나 하나님의 지혜로운 섭리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시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시편의 이러한 특징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적어도 시편의 언어적 특징에 대해 정중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님도 히브리 시의 전통에 젖어 있던 분으로서, 그런 특징을 즐겨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 7:2)"

이 말씀의 후반부는 전반부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변주를 통해 전반부를 되울리게 해 주고 있을 뿐입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

여기서도 예수게서 하고자 하신 말씀은 이미 첫째 구에서 주어졌고, 다른 이미지들을 통해 두 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실제적이고 교훈적인 목적을 위해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주님은 꼭 기억해야 하는 진리, 가치가 무한한 진리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리듬감 있고 주문 같은 표현 방식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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