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가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
[2009-02-09 07:13]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통솔하는 종교 지도자로는 ‘교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교황은 종신제일 뿐더러, 재임 기간 동안 수십억 가톨릭 교인들을 상징하는 존재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렇게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적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많은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을 꼽자면 소위 ‘콘클라베’(Conclave)라고 불리는 선거방식이 있다.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그는 방”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기존 교황의 임종시에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이 비밀투표장인 시스틴 성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인단은 일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교황 선출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방식은 경우에 따라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용도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실제 몇몇 단체들의 경우 교황선출방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려 하다가 더 큰 분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뜬금없이 콘클라베를 언급하게 된 이유는 이 방식이 적어도 최근 교계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불행한 분쟁 소식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많은 경우 교계의 분쟁들은, 내부에서 해결할 기회를 잃어버리면서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양측이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화목하기보다 너무 손쉽게 송사하고 물리력을 동원하며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한다. 더욱이 일부 언론들과 호사가 등 외부 간섭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이미 조용한 해결은 물건너간다.
이같은 파국을 맞게 되면 사태 해결은 고사하고 사회로부터의 비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는 기독교인들의 신앙 성숙에 있어서도, 비기독교인들을 전도하는 일에 있어서도 매우 좋지 않은 일이다.
지난 6일 오후 감리교 연회 감독들이 감독회장 사태와 관련한 교단 내 혼란에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모임장소 밖에서 김국도 목사와 고수철 목사 양측이 소란을 벌이면서 회의는 원만히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장소를 옮겨 계속했으나 마땅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분열과 충돌을 계속해서는 해결점을 절대 찾을 수 없다. 또한 물리력, 언론플레이 등 시끄러운 방식을 동원해서도 안된다. 감리교 내 지도자들은 먼저 책임있는 이들이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미덕을 보여줘야 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들간의 대화와 화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국 힘으로, 혹은 세상적인 방식으로밖에 일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감리교회가, 그리고 한국교회가 콘클라베를 참고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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