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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나이에 아기엄마가 되어버렸어요

예림의집 2008. 12. 10. 09:55

저는 올해 21살 아직 젊디 젊은 처자입니다.ㅋ

 

지난 7월달부터 사랑하는 한 남자를 만나서

불같은 사랑에 빠져서는 금세 친해져 버리고 (조금 이미 알던사이긴 했지만요)

오빠가 자취를 하고, 저와 같은 동네 살다보니까

하도 오빠집에서 자주 만나고 보고 하다보니까 짐이 쌓여서

결국 오빠네집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답니다.ㅎ

 

제 집도 그 근방의 동네예요. ㅎ

그런데 제가 어려서부터 집 형편이 어려워서

20살때부터 계속 돈을 벌면서 대학공부하느라고 고시원 등에서도 생활을 많이 했더니

친구네 집에서 같이 잘 살고 있다고 하니까

부모님도 크게 걱정안하시는 편입니다.

 

그런데, 10월 쯤에는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것을 계속 숨기기가

부모님께 죄송스러워서 엄마와 동생들에게만 말한 상태예요.

엄마는 몸조심하라고 하시면서 걱정해주시지만 반대는 안하셨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오빠는 30살이랍니다.ㅋ

저와 9살 차이가 나죠~ 많이 나이차가 있지만 대화할때 안맞는 부분 거의 없구요

오히려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기에 딱 맞더라구요.

보통 정상적으로 결혼한 사람들도 신혼때 죽어라 싸운다는 얘기도 많은데

우리는 결혼도장도 안찍은 사이인데도

거의 안싸우고 성격도 잘맞고 쿵짝이 잘맞답니다.ㅎㅎ

행복한 나날들이었죠.

 

그런데 12월 초 (그러니까 지난주 쯤) 부터 계속 속이 울렁거리는거예요.

체한것도 아니구 너무 하루종일 질리도록 속이 미식거리니까

오빠와 저 둘다 임신인가 의심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지난 화요일날 회사 퇴근후 산부인과에 들러서 진단을 받아보니까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 임신이에요~ 이제 초음파 검사 한번더 해볼까요?"

이러네요. 초음파 검사도 했더니 임신 5주고, 감장 콩 같은 게 보이더라구요. ^^

 

순간, 웃음밖에 안나왔어요.

사실 제가 지금 대학교를 입학했는데 형편이 어려워 한학기만 다니고

휴학하고 돈을 벌고 있던 차였구, 그런 저런 상황을 떠나서 아직은 어린나이기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이 마냥 어이도 없었죠.

그런데, 한편으론 나와 사랑하는 오빠를 반씩 닮은 아이가 생겼다는 기쁨도 있고

지금은 눈에 보이지않는 작은 생명이지만 자기를 알아달라고 입덧도 시키는

아기가 너무 대견스럽더라구요.

정말이지 감쪽같이 임신사실을 아니까 그날 내내 입덧을 안하게 되더라구요.

자기 알아달라고 아기가 그랬나봐요..ㅎ

물론 그 다음날 부터는 입덧이 심해서 계속 고생중이지만요.ㅎㅎ

 

문제는.. 우리 착한 서방이에요. ^^

산부인과에서 진단받은 날 퇴근하고 일찍오라고... 임신했다고.. 전화로 말했더니

바로 어머님께 전화해서는 이러저러 해서 괜찮은 여자친구 있는데

애기를 가졌다고 말했나봐요.ㅎ

워낙 제 남자친구가 여자를 딱히 밝히지 않고 외로움도 잘 안타는 편이라

부모님이 여자친구 있다는 말만으로도 어떤 여자일까하셨는데

애를 가졌다고 하시니까, 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는 거예요..ㅎ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저는 .. 일단 우리 상황에서는 애기는 너무 무리니까

지우자고 말했지만, 오빠도 무조건 내뜻에 따르겠다고 하지만 내심 마니 아쉬워하구..

저도 말만 그렇게 했지, 우리애기우리애기 하면서 계속 챙겼던게 사실이구요.

어머님께 인사한번 드리지 않았던 상태에서 바로 통화도 시켜주더라구요, 오빠가.ㅋ

울면서.. 너무 죄송하다고..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이런 모습 보여드려서 너무 죄송하다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오히려

괜찮다고. 사람이 살면서 실수도 할수 있는거라구.. 그러면서

위로해주시고, 이렇게 이쁜 딸(며느리라 안하시고 딸이라하셔요.)이 생겨서 참 좋다고.

전화를 끊고는 오빠랑 품에 꼬옥 안겨서 좀 더 훌쩍댔지요.

 

그이후로 그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계속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ㅎㅎ

처음에는 제 뜻에 따라주시는것 같았는데

어느새 아이를 지우면 안된다는 식으로 계속 말씀하시고.ㅋㅋㅋ

아버님도 저와 통화를 하시면 너무 좋아하시면서 또한 애는 지우면 안된다고.ㅎㅎ

속도위반으로 애가 덜컥 생기긴 했지만 저를 너무 좋아라 하시고

반겨주시고 (오빠네 집안이 형제만 2이라서 딸이 너무 갖고싶으셨대요, 게다가

시부모님들도 처음에 사랑의 도피(ㅋ?)로 결혼하신 분들이시다 보니 오픈마인드세요)

더불어 뱃속에 있는 아이까지도 친 가족처럼 이미 챙겨주시니..ㅎㅎ

슬슬 용기가 나더라구요.ㅎ 애기가 복덩이 같기도 하고.

결국 꼭 평생 같이 살자고 약속했던 우리 오빠랑 진짜로 부부가 될듯도 싶고.ㅎ

 

저희 부모님께는 아직 말씀 못드렸지요..ㅎ

아마 저흐 ㅣ부모님은 많이 속상하시고 상처받으실수도 있어요..

그런데 워낙 제 선택을 존중해주시는 분들이시라..

고민끝에... 일단은 아이를 낳기로 했구요...

아이 낳고 다시 학교도 복학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길이지만

내 나름대로 행복한 길을 걷기로 했어요.

 

서방도 꼬박꼬박 애기 챙겨주고 더 잘해주고

우리 딸내미(오빠는 무조건 딸이좋대요;;ㅋ) 오늘 잘 지냈어? ㅋ

퇴근하면 챙겨주고 하는거 보면..ㅎ

애기 지우고 나면 얼마나 서운해 할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저희 부모님께서 너무너무 죄송하고 못된 자식이 되는일이지만...

제가 살아가는 인생.... 이구..

오빠으 ㅣ형 또한 저와 몇번 같이 밥도 먹고 몇일 봤었는데

저를 친 여동생처럼 아끼고 좋아하시거든요.. ^^

이렇게 따스하고 좋은 시댁식구들 만나서 사랑받으면서 살수 있는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싶으니까 그냥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학교가서 공부하고 원하는 직장도 다닐때

우리 아이가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싶긴 한데..

일단, 저는 젊으니까 아이랑 친구처럼 잘 지내면

어떤 일이든 다 이해해줄거라 믿구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제 나름대로는 이게 행복이고 희망이니까, 걱정없이 아이 낳을 생각입니다. ^^

 

봄 쯤되면 시부모님께서 집하나 해주신다네요.

크진 않지만 작은 집이라도 다시 구해서 (지금은 오빠집이 원룸이거든요.)

아이 낳고도 살수 있는집이 필요할듯해요.

저는 나이도 어리고 집안 형편도 어려워서

돈 한푼 안들고 몸만 딸랑 시집가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반갑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어머님,아버님이 감사할 뿐이에요.

곧 아줌마가 된다는 생각이 우습기도 하지만

기분이 신기하고, 애기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렇게 글을 끄적이다 갑니다.

꽤나 장문의 글이 되었네요.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