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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따라 하면 좋은 ‘구닥다리 살림 비법’ 15

예림의집 2008. 9. 22. 06:42

따라 하면 좋은 ‘구닥다리 살림 비법’ 15
시어머니의 요리 속도에 놀랐어요. 물을 끓이다가 흰색 채소를 데치고 그 물에 녹색 채소, 오징어 등의 순서로 삶아 재료를 준비하니 냄비 하나로 재료 준비가 끝나더군요. 볼에 재료를 넣어 무칠 때도 순서가 있어요. 맨 마지막에 고춧가루나 진한 양념이 들어가는 음식을 무치니까 설거지거리도 볼밖에 없어요.

시어머니의 조개국은 참 시원하고 맛있어요. 가만히 지켜보니 조개가 익어 입을 열면 건져내시더라고요. 국물에 양념까지 해서 국이 완전히 완성되면 그때 조개를 다시 넣어요. 조개는 입 열었을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하네요.

어릴 때 마시던 엄마의 보리차는 더운 여름에 더욱 생각나죠. 친정엄마는 물이 끓을 때 보리를 넣고 소금도 약간 넣어요. 그러면 훨씬 향긋하고 부드러운 보리차가 되지요. 그리고 설거지통에 찬물을 받아 주전자를 넣고 식혀요. 이젠 저도 따라 합니다.

마트에서 무를 사왔는데 속이 비고 맛도 없었어요. 시어머니께 물어보니 무청을 살짝 부러뜨렸을 때 밑 부분이 파랗고 싱싱하면 속이 찬 무라고 알려주셨어요. 만약 무청 밑이 흰색이면 속이 빈 거라니까 이젠 실수 없이 고를 수 있어요.

참외를 샀는데 맛이 들지 않아 가족들이 손도 안 댔는데 친정엄마가 오셔서는 참외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주셨어요. 씨를 뺀 나머지 부분이 의외로 된장과 잘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답니다.

가족들이 해산물을 좋아해 집에서 곧잘 오징어나 문어 요리를 시도해요. 언젠가 시어머니 오셨을 때 문어를 데치려는데, 시어머니가 무를 얇게 썰어 물에 넣더군요. 무즙이 우러났을 때 문어를 데치자 맛도 좋고 빛깔도 선명해 더 먹음직스러웠어요.

처음 시댁 김치를 먹었을 때 너무 시원하고 달큰하니 맛이 좋았어요. 시어머니는 김치 담글 때 차좁쌀을 넣은 찹쌀 죽을 넣어요. 찹쌀과 차좁쌀을 2 : 1 비율로 넣으면 설탕 양도 줄일 수 있고 김치 맛도 훨씬 좋아요.

친정엄마는 손이 커서 김장을 꽤 많이 해요. 그때마다 고추씨를 모아두었다가 잘 활용하죠. 찌개나 쌈장 만들 때 고추씨 가루를 넣으면 텁텁하지 않으면서 얼큰한 맛이 나요. 된장 담글 때도 고추씨를 곱게 빻아 넣으면 더욱 구수한 맛이 난대요.

아들이 워낙 장난이 심해서 하루에도 옷을 몇 번씩 갈아입혀요. 그런데 흙이 묻으면 손빨래하느라 애를 먹죠. 친정엄마가 흙을 털어내고 감자로 문지르면 된다고 해서 따라 해봤더니 세탁 후 아주 깨끗해졌어요. 저를 키울 때도 그렇게 하셨다네요.

전 친정엄마처럼 빨래방망이를 이용해 손빨래해요. 옷을 두드리면 더러운 게 밖으로 잘 빠져나와요. 솔도 자주 사용합니다. 양말 바닥처럼 쉽게 헤지지 않는 부분을 솔로 박박 문지르면 마음까지 개운하죠.

세탁기에서 옷을 하나씩 꺼내 탈탈 털어 널고 있으니 시어머니가 두드려서 널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옷이 늘어지지 않고 나중에 다림질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요. 전 빨래 너는 일이 제일 싫었는데 요즘은 힘들이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하면서 즐겁게 해요.

친정어머니는 알뜰 살림에는 도가 트인 분이에요. 비누 조각을 모아 물을 조금 넣어 불린 다음 전자레인지에 가열해서 새 비누를 만들어 쓰시기도 하죠.

시어머니가 집에 오실 때마다 닭을 튀기고 남은 기름을 가져오세요. 처음에는 싫었는데 물에 불려서 빨래할 때 쓰니까 아주 효과적이에요. 시어머니가 다니는 재래시장에서 몇천 원에 파는 기름이라고 해요. 합성세제를 쓰지 않아서 좋고 돈도 절약돼요.

친정엄마는 고무장갑을 가로로 잘라서 노란색 고무줄을 대신하죠. 워낙 질겨서 쉽게 끊어지지 않아요. 어릴 때는 엄마의 지나친 재활용이 부끄러웠는데 이젠 존경스러워요.

시어머니는 설거지할 그릇을 세제를 푼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었다가 씻어요. 스펀지에 세제를 묻혀 닦는 방법보다 세제가 절약되고 큰 힘 들이지 않아도 쉽게 닦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