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의 요리 속도에 놀랐어요. 물을 끓이다가 흰색 채소를 데치고 그 물에 녹색 채소, 오징어 등의 순서로 삶아 재료를 준비하니 냄비 하나로 재료 준비가 끝나더군요. 볼에 재료를 넣어 무칠 때도 순서가 있어요. 맨 마지막에 고춧가루나 진한 양념이 들어가는 음식을 무치니까 설거지거리도 볼밖에 없어요.
● 시어머니의 조개국은 참 시원하고 맛있어요. 가만히 지켜보니 조개가 익어 입을 열면 건져내시더라고요. 국물에 양념까지 해서 국이 완전히 완성되면 그때 조개를 다시 넣어요. 조개는 입 열었을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하네요.
● 어릴 때 마시던 엄마의 보리차는 더운 여름에 더욱 생각나죠. 친정엄마는 물이 끓을 때 보리를 넣고 소금도 약간 넣어요. 그러면 훨씬 향긋하고 부드러운 보리차가 되지요. 그리고 설거지통에 찬물을 받아 주전자를 넣고 식혀요. 이젠 저도 따라 합니다.
● 마트에서 무를 사왔는데 속이 비고 맛도 없었어요. 시어머니께 물어보니 무청을 살짝 부러뜨렸을 때 밑 부분이 파랗고 싱싱하면 속이 찬 무라고 알려주셨어요. 만약 무청 밑이 흰색이면 속이 빈 거라니까 이젠 실수 없이 고를 수 있어요.
● 참외를 샀는데 맛이 들지 않아 가족들이 손도 안 댔는데 친정엄마가 오셔서는 참외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주셨어요. 씨를 뺀 나머지 부분이 의외로 된장과 잘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답니다.
● 가족들이 해산물을 좋아해 집에서 곧잘 오징어나 문어 요리를 시도해요. 언젠가 시어머니 오셨을 때 문어를 데치려는데, 시어머니가 무를 얇게 썰어 물에 넣더군요. 무즙이 우러났을 때 문어를 데치자 맛도 좋고 빛깔도 선명해 더 먹음직스러웠어요.
● 처음 시댁 김치를 먹었을 때 너무 시원하고 달큰하니 맛이 좋았어요. 시어머니는 김치 담글 때 차좁쌀을 넣은 찹쌀 죽을 넣어요. 찹쌀과 차좁쌀을 2 : 1 비율로 넣으면 설탕 양도 줄일 수 있고 김치 맛도 훨씬 좋아요.
● 친정엄마는 손이 커서 김장을 꽤 많이 해요. 그때마다 고추씨를 모아두었다가 잘 활용하죠. 찌개나 쌈장 만들 때 고추씨 가루를 넣으면 텁텁하지 않으면서 얼큰한 맛이 나요. 된장 담글 때도 고추씨를 곱게 빻아 넣으면 더욱 구수한 맛이 난대요.
● 아들이 워낙 장난이 심해서 하루에도 옷을 몇 번씩 갈아입혀요. 그런데 흙이 묻으면 손빨래하느라 애를 먹죠. 친정엄마가 흙을 털어내고 감자로 문지르면 된다고 해서 따라 해봤더니 세탁 후 아주 깨끗해졌어요. 저를 키울 때도 그렇게 하셨다네요.
● 전 친정엄마처럼 빨래방망이를 이용해 손빨래해요. 옷을 두드리면 더러운 게 밖으로 잘 빠져나와요. 솔도 자주 사용합니다. 양말 바닥처럼 쉽게 헤지지 않는 부분을 솔로 박박 문지르면 마음까지 개운하죠.
● 세탁기에서 옷을 하나씩 꺼내 탈탈 털어 널고 있으니 시어머니가 두드려서 널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옷이 늘어지지 않고 나중에 다림질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요. 전 빨래 너는 일이 제일 싫었는데 요즘은 힘들이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하면서 즐겁게 해요.
● 친정어머니는 알뜰 살림에는 도가 트인 분이에요. 비누 조각을 모아 물을 조금 넣어 불린 다음 전자레인지에 가열해서 새 비누를 만들어 쓰시기도 하죠.
● 시어머니가 집에 오실 때마다 닭을 튀기고 남은 기름을 가져오세요. 처음에는 싫었는데 물에 불려서 빨래할 때 쓰니까 아주 효과적이에요. 시어머니가 다니는 재래시장에서 몇천 원에 파는 기름이라고 해요. 합성세제를 쓰지 않아서 좋고 돈도 절약돼요.
● 친정엄마는 고무장갑을 가로로 잘라서 노란색 고무줄을 대신하죠. 워낙 질겨서 쉽게 끊어지지 않아요. 어릴 때는 엄마의 지나친 재활용이 부끄러웠는데 이젠 존경스러워요.
● 시어머니는 설거지할 그릇을 세제를 푼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었다가 씻어요. 스펀지에 세제를 묻혀 닦는 방법보다 세제가 절약되고 큰 힘 들이지 않아도 쉽게 닦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