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쉬운 점..
벌써 십 년이나 된 듯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딸이 집에 왔습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다가 주말이면 이따금 집에 오곤 했습니다. 늘 그래왔듯 딸과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서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즐거워했습니다. 다음 날인 주일 아침 엄마가 딸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딸은 힘든 내색을 두어 차례 하였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느라 몇 주 만에 들른 딸이지만 나는 한 마디 했습니다. “너 그게 무슨 행동이냐? 오랜만에 집에 왔으면 ‘엄마 아빠, 가정일 하시랴 교회 일 하시랴 얼마나 힘드세요.’ 이렇게 부모님을 위로하고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
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습니다. “아빠,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그리고 겉으로는 표현을 잘 못해도 엄마 아빠 위해 하나님께 늘 기도한단 말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서로 자신의 입장을 좀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개척 당시부터 노인정 할머니들을 매달 찾아 돌보았습니다. 한 1년 정도 계속 찾아가 봉사를 하자 할머니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교회에 나가는 게 도리인 것 같다며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예배에도 참석하고 점심식사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아내는 마지막 주일 아침에는 많이 분주합니다. 할머니들이 드실 점심상을 대강 봐놓고 예배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딸이 숟가락 하나라도 놓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딸의 입장에서 보면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그동안에 쌓인 이야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할머니들의 식사 준비 때문에 그렇게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딸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우리 입장만 생각했다는 마음에 미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딸은 여느 때처럼 기숙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점심도 채 먹지 못하고 “아빠, 다녀올게요.”하며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 와서 쉬지도, 위로받지도 못하고 기분만 상한 채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는 딸을 보니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숟가락을 놓고 문밖까지 따라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잘 가거라.” 늘 상대방의 입장과 수준에서 보아줘야 한다고 생각도 하고, 조금씩 실천도 해보지만 마음과 같이 잘 되지 않아 늘 아쉬움을 느낍니다.(윤형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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