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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

예림의집 2023. 2. 7. 10:08

몰러!

“몰러!” 할머니가 아마도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이 문장일 겁니다.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하루에 몇 번이나 “몰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가끔 어린이잡지에서 읽은 어려운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할머니, 이런 거 아세요?”하고 일부러 묻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목성이 지구의 몇 배인지 아세요?” 그러면, 할머니는 “몰러!”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모른다고 말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꿀짱아를 키우고서야 깨달았습니다. 꿀짱아가 저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그것이 학교숙제든지 아니면 방학일정이든지, 뉴스에 나온 내용이든 논문에 나온 내용이든,

저는 무엇이든지 척척 대답을 내놔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부모인 저는 지식이나 경험에서 우월하고 현명해야만 했습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마치 네이버지식인이나 알파고인 것처럼 아이에게 대답을 했고, 그것이 옳다고 우겼으며, 밤에는 이불을 발로 찼습니다. 실은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뭐든지 다 모른다고 대답하시는 할머니를 여전히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 “할머니, 바보!”하고 되바라진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그려!”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서 꿀짱아에게 “몰라!”라고 대답해 봤습니다.

놀랍게도 꿀짱아는 그 대답을 듣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모른다.’는 대답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속으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할머니가 눈치 없이 올바른 대답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이잡지를 읽고 감동해서 “할머니, 무지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세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무지개는 비 온 뒤에 뜨니까, 물방울이겠지.”라고 쉽게 대답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올바른 답을 말하는 바람에,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대답은 본질적으로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 느낀 낭패감과 배신감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할머니는 틀렸다!”라고 우기면서 꽤나 신경질을 부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 우주적인 진실은, 남들은 모르고 나 혼자만 알아야 제 맛이었습니다.(심윤경)

그렇습니다. 오늘은 따른 사족은 달지 않고 성경 구절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언 1:7), "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또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가득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되기를 원하노라"(빌립보서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