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강 회장은 어느 사장님 소개로 알게 된 분인데, 예전에 기업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지만, 현재는 직함만 회장이지 특별히 일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깍듯하고 성품이 좋은 분이라, 처음 몇 번 만났을 땐 저도 그분에 대한 인상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만남이 계속될수록 피로감이 쌓여갔습니다. 강 회장은 자신의 주위 사람들이 겪는 온갖 법률적인 문제를 저와 상담했습니다. 처음에는 호의로 받아들였지만, 차츰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강 회장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더 이상 상담해드리기 곤란합니다.
이제 그만 연락하시죠!”라는 최후통첩을 하기로 맘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기회가 온 겁니다. 그동안 충분히 도움을 드렸다고 생각했기에 오늘 과감히 이별통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장한 마음을 먹고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강 회장 옆에는 최 회장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강 회장이 최 회장 회사의 고문변호사로 저를 추천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저는 얼떨결에 최 회장이 경영하는 4개 회사의 고문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강 회장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4개 회사의 다양한 소송과 자문사건을 처리했습니다.
최 회장의 회사는 단연 제가 맡고 있는 그 어느 자문기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 되었고, 인연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그토록 저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갖고 계신 강 회장에게, 그날 제가 회의에 들어가면서 냅다 "이제 그만 연락하세요!"라는 말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 뒤에 식사자리에서 강 회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예전에 저의 도움을 한 번 안 받아본 친구가 없답니다. 제가 워낙 잘 퍼주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제 사정이 어려워지니, 다들 멀리하더군요. 세상인심 참..
그렇다고 제 넓은 오지랖이 어딜 가나요? 주위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지 돌봐주려는 이 오지랖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당장 돈이 없으니, 어딜 가도 대접을 받지 못합디다. 제가 아는 변호사들도 많아요. 하지만 상담료가 없으니, 만나주질 않더군요. 전화해도 피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조 변호사님은 처음부터 한결같이 돈과 상관없이 저에게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마음을 잊지 못합니다. 어떻게든지 결초보은(結草報恩)하고 싶었습니다. 조 변호사님은 앞으로도 복 받으실 겁니다.” 그의 칭찬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품었던 마음을 아시게 되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예, 예.”하기만 했습니다. 씨를 뿌리면 거두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좋은 씨를 뿌리면 좋은 열매를, 나쁜 씨를 뿌리면 나쁜 열매를 거둡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많이 뿌리면 많이 거두게 되고, 적게 뿌리면 적게 거두는 것입니다.(조우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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