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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못하고 가난해도..

예림의집 2022. 9. 15. 10:45

배우지 못하고 가난해도..

성원 씨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내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 달라”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제 변호를 안 해주셔도 됩니다. 저는 그냥 3년 감방에서 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성원 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성원 씨 가족을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성원 씨의 아들이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깍듯한 태도로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성원 씨도 아들 앞에서는 위엄 있는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성원 씨 아들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아버지의 재판을 보면서 법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위하여 애쓰시는 변호사님의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도 꼭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들의 이 말을 듣게 되자, 괜스레 콧날이 찡해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가는 성원 씨 가족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징역 3년과 맞바꾸면서 지키려고 했던 것이 바로 저 의젓한 아버지의 모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합니다. 자기 기준에 따라서 "다른 사람도 이럴 것이다."라고 짐작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아들의 수능시험을 위하여 3년간의 감방생활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은 분명 일반적인 것이 아닙니다. 물론 성원 씨가 아들의 수능시험만을 걱정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동안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보여주었던 위엄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대가가 징역 3년이라면, 우리는 성원 씨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배우지 못하고 가난해도, 성원 씨는 그 누구보다 위대한 아버지였습니다.(조우성 변호사)

그렇습니다. 성원 씨가 비록 감옥살이를 할지언정 끝끝내 자신의 문맹을 밝히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그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함이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첫걸음은 부모를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할 겁니다. 요컨대, 자녀들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행동은 물론이고, 한 마디 말이라도 자녀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겁니다. 부모로서의 위엄을 지켜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