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드라마 보고 우는 사람을 놀리는 쪽에 속했는데, 이제는 울면서 누가 놀릴까?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실에는 어차피 아내와 아이들이 있을 뿐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눈물을 보이는 제 모습을 낯설어할 것 같습니다. 아니 무엇보다도, 저의 눈물에 제가 낯설어하고 있습니다. 엉엉 우는 남편이라니,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아빠라니,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최근 저로 하여금 울게 만든 드라마는 <우리들의 블루스>입니다. 원래 좋은 각본을 쓰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품에,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총출동해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조금은 비밀스러운 역할의 쌍둥이 언니가 알고 보니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인이고, 두 자매가 제주도에서 만남으로써 사건이 발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울 준비를 하고서 본방송을 기다렸고,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에게 숨길 마음 하나 없이 손목으로 눈 아래를 닦다가, 휴지로 코를 풀다가, 결국은 소리 내어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매번 우는 것만은 아닙니다. 머지않아 곧 종영하게 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볼 때에는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에 편성되지 못하고 새로 생긴 신생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지만, 첫 회부터 퍼진 입소문 덕에 올여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듯합니다. 한 주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마무리되는 신선한 구성, 자연스러운 특수효과와 연출 등 칭찬할 게 한둘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바로 주인공의 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영우는, 한 번 본 것은 그대로 암기하는, 천재 변호사입니다. 그리고 자폐스펙트럼에 속합니다. 다운증후군과 자폐스펙트럼 모두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발달장애로 분류되지만, 특성과 증상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탁월하게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으나,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면밀히 관찰한 듯한 배우의 연기는 그 위화감을 꽤 덜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달 장애인이지만, 증상은 너무도 다른, 한 의뢰인 앞에서의 우영우 모습에, 저는 그만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뜨리고 말았습니다.(시인/ 서효인)
그렇습니다. 이미 들어서 잘 아시겠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진은 주인공 우영우를 연기할 배역으로 박은빈을 정해놓고, 그녀가 그 역을 맡겠다고 수락할 때까지 1년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박은빈 한 사람 때문에 무려 1년 동안이나 드라마 제작을 미루고 있었던 겁니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작진은 우영우 역을 제대로 연기할 사람은 박은빈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그토록 오래 기다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서 태어났다면, 그 얼마나 큰 영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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