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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예림의집 2022. 7. 28. 12:32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여러분, 숨이 붙어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인사 나누세요. 가슴이 답답하고, 곧 숨도 멎을 거예요. 이제 여러분은 죽었습니다. 죽은 여러분의 시신을 화장해서 장례를 치르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관이 닫혔습니다. 빛이 사라지고, 주변이 고요해졌습니다.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왔습니다.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비좁은 관이 답답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몇 분쯤 지났을까,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나, 지금 죽는 건 좀 억울한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찰나에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슬프고 아픈,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관 속에 모두 다 버리고, 새롭게 태어납시다.”란 말과 함께 경쾌한 생일 축하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렇게 저의 임종체험이 끝났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31만 7천8백 명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실, 죽음처럼 자연스럽고 확실한 일도 없는데, 많은 사람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조차 꺼립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속절없이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습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노인도 청년도 죽습니다.

누구나 맞이해야 할 죽음, 쉬쉬하며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임종체험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것입니다. "웰다잉(well-dying·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학교와 지자체, 복지단체와 종교기관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고, 연예인들이 체험하는 방송도 나오면서, 한때 젊은이들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 항목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임종체험의 첫 순서는 ‘영정사진 촬영’입니다.

우리는 촬영실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벌써 가기 싫다”는 할아버지도, “예쁘게 찍어 달라”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사진사는 활짝 웃는 표정을 권했습니다. 자신을 배웅해 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일 사진이니, 밝고 행복한 모습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실에서 한 할머니가 “앞니가 없어서 웃을 수가 없다”라고 하자, 폭소가 터졌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에게 “김 여사! 그렇게 예쁘게 하고 가면 저승에서 오지 말라고 해요!”라고 하자,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습니다.(이옥진 기자)

그렇습니다.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우리 인간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비록 코로나에 걸려 죽을까봐 예방접종은 할지언정,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는 이들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코로나에 걸리면 죽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대부분은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예방접종을 합니다. 임종체험도 어쩌면 죽음에 대한 예방접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죽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미리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죽음 이후에도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