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너는 가서 히스기야에게 이르기를 네 조상 다윗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네 수한에 십오 년을 더하고"(이사야 38:5).
너 이제 다시 태국으로 가는 거니?....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고 나오는데 휠체어에 앉으셔서 나즈막히 저를 보며 하셨던 마지막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계속해서 맴돕니다.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하고, 안타깝지만 여전히 살아계셔서 저를 알아보시고, 그 목소리를 들을수 있는것 만으로도 불효자인 아들인 저에게 기쁨과 감사로 다가 옵니다.
올해 초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다리 수술과 더불어 혈액암 판정, 그리고 오랜 병상 생활로 골반에 욕창까지 생기셨고 선망 증상에 뇌졸증 증상까지 있으시다는 믿을수 없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한국에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코로나 상황 가운데서 한국에 바로 들어갈수도 없는 형편에 기도 밖에 할수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큰딸 하늘이의 무릎 수술까지 하는 상황 가운데 어머님을 뵈러 한국에 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7월 중순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하고 있는 후배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형! 어려운 선교지의 상황으로 백신을 급히 맞아야 하는데 못 맞는 선교사님들께 여러 목사님들과 교회의 후원으로 백신을 맞을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태국도 자국민 뿐만 아니라 저희와 같은 외국인들도 백신을 맞을수 있지만 몇 달 전만해도 태국인들도 백신을 공급받지 못해 계속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8월부터 해외백신접종자 자가격리 면제라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나서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한국에 들어가서 어머님을 속히 뵈라는 기도의 응답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백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에서 숙소 및 백신 접종비 그리고 비행기 티켓의 일부분 등 여러 가지를 후원해 주시고 연락을 줬던 후배 목사님과 교회에서 나머지 부족한 금액 들을 전부 후원해 주셔서 백신 접종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 어머니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들어가서도 바로 어머니를 뵙지 못했지만 매 순간 순간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돌보심이 느껴지는 감사하고도 기적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첫 만남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저를 보셨음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으시고 말씀없이 계시는 어머니를 볼 때 선망증상 때문에 기억을 못하시는 줄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아들 기억하시겠어요?” 어머니는 “그럼, 어떻게 태국 가족과 아이들은 놔두고 힘든데 왔어?” 오히려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릴 땐 이 아들이 어머니 품속에 안겼었는데 이젠 어머니께서 내 품에 안겨 계시니 .. 아들이 힘이 되어 드려야 하는데 그동안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머니는 암 때문에 백신을 맞지 못하시기 때문에 외부인과의 접촉은 극도로 금지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서 외국에서 아들이 어머님을 뵙고 간호하러 온다는 것을 미리 아시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에 아들과 지낼 수 있으시도록 집중해서 치료를 해주셨고 저는 어머니를 2주 동안 집에서 모시며 간호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목욕 시켜드리고, 식사를 준비해 먹여드리고, 굽혀진 다리를 펴드리고,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너무나 행복하고,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난 어느날 어머니께서 장롱속에 그 동안 조금씩 모아 놓으신 돈을 꺼내오라고 하셨습니다. 올해 초부터 계속 아프셔서 예배드리러 가지도 못하고, 헌금을 못 하셨다고 많지 않은 돈이지만 어머니께는 전부 였던 돈을 다니시던 교회에 헌금해주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 헌금을 어머님 대신 하나님께 바치며 더욱더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머니의 믿음과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받아주시라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로 인해 굽혀졌던 다리가 점점 펴지고, 혼자 앉으시는것 조차 힘드셨던 분이 침대에 한참 앉으셔서 이야기도 하시고 식사도 하실 수 있게 되셨습니다. 저랑 함께 계신지 2주가 거의 될 무렵 열이 오르셔서 다시 입원하시긴 하셨지만 제가 태국에 돌아온 후로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으셔서 현재 치료사에 의지해서 일어서서 조금씩 걷는 연습을 하고 계십니다. 선망증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죽이 아닌 밥 종류의 식사도 하실수 있게 되셨습니다. 욕창도 사라졌습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는 살아계시고, 능력의 치료자이시며, 주님을 찾는자에게 응답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지면을 빌어 선교지를 잠시 비우고 어머니를 뵈러 갈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파송교회와 목사님께 감사드리고, 백신 프로젝트에 후원해 주신 모든 교회와 스텝분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미국 행복한 교회와 담임 목사님께 감사드리고, 귀한 달란트와 기술로 후원해 주시고 뜨거운 기도와 사랑의 물질로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어머님을 돌보는데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해서 한국에 들어갔음에도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과 더불어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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