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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니면 엄마는 벌써 삶을 포기했을 거다

예림의집 2020. 11. 13. 07:44

너 아니면 엄마는 벌써 삶을 포기했을 거다

 

여든여섯인 아빠는 근근이 ‘기상하고 거동하고 잠드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엄마도 불가능한 것은 더 이상 바라지 않고, 다가올 일에 대하여 담담히 말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할 때에는 꼭 울먹합니다. 이제 왕좌에 앉아있는 것은 시간뿐입니다. 시간의 허락을 받아 엄마의 돌봄만이 분주해집니다.

“아니야, 내가 분주할 것도 없어. 네 아버지가 스무 시간 넘게 주무시기만 하잖니….” 그래서 저의 역할이야말로 더는 분주하지 않습니다. 그저 엄마가 틀에 박힌 일상으로 인하여 우울함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것 정도입니다. 엄마를 언제나 기쁘게 해드리는 것은 자식들의 음식과 돈, 사랑 표현 등입니다. 그리고 저는 하루 한차례 꼭 전화합니다. 

“엄마, 오늘은 햇사과를 먹었어요. 너무 맛있어서 아범이 아빠한테도 보내드렸어요. 아빠만 드리시지 말고 엄마도 꼭 드셔야 해요!” 저는 어릴 적에도 엄마의 기쁨조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엄청 힘든 일이었습니다. “너 아니면 엄마는 벌써 삶을 포기했을 거다.” 엄마는 삶이 고될 때마다 그리 말씀하셨고, 저는 다급해서 엄마의 목숨을 어깨에 둘러메고 뛰었습니다.

 

글 속에 등장하는 아빠 엄마도 누군가의 아들이요 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글쓴이도 누군가의 엄마이겠지요. 그뿐만 아니라, 글쓴이도 언젠가는 자리 보존하고 천국에 들어가게 될 날만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조금은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누구도 이와 엇비슷한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리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