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요즘 많이 힘들죠?
올해 중학교 졸업반이 된 딸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우리 집은 전쟁터나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상냥하고 웃음이 많던 아이가, 이제는 툭하면 세 살 아래 남동생과 몸싸움을 마다않고, 별것 아닌 일에도 앙칼진 목소리로 부모에게 대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매사에 어깃장만 놓고 반항을 일삼는 딸아이에게 질린 아내는 급기야 “난 학교 다닐 때 공부하느라 바빠서 사춘기 같은 건 왔는지도 모르고 보냈는데, 쟤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당신이 좀 어떻게 해봐요!”하고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딸아이와 제일 잘 통한다고 믿었던 저도 언제부턴가 녀석에게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들어졌습니다. 몇 번을 달래고 타일러봤지만, 말싸움만 될 뿐, 대화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친가에 가져다 드릴 물건이 있어서, 싫다는 딸아이를 구슬려 함께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승용차 뒷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던 녀석이 “아빠, 요즘 많이 힘들죠?”하고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요즘 한창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기사를 본 모양이었습니다.
택배 일은 아니나 하루 종일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아빠 걱정에 하는 말일 거라 짐작되었습니다. “아빠, 하나도 안 힘든데…” “칫! 쉬는 날 하루 종일 주무시면서…” “아빠는 우리 가족만 행복하면 뭐든지 견딜 수 있어.” 딸아이의 눈에서 와락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빠, 미안해요! 요즘 제가 너무 힘들게 해서…. 앞으론 착한 딸이 되도록 노력할게요.”(출처; 샘터, 박경섭)
대개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그 부모의 은혜를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결혼도 하기 전에 부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아무튼 모든 사람은, 자식으로 살아보기도 하고, 부모가 되어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니, 미리미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공감을 가져보는 것이 진정 중요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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