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사역†/찬양팀 영성 훈련

사랑하지 못한다면..

예림의집 2019. 3. 5. 15:13

사랑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능력과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찬양인도자라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하신 것처럼 회중들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글을 끄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그날도 금요 철야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음향과 악기를 세팅하고 연습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예배 시간까지는 한 시간 반이 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예배당에는 찬양팀 인원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연습을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 예배당 문이 열리더니 낯선 중년의 남자가 들어와 의자에 걸터앉는 것이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술에 취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연습이 잘되지 않아 예배 시간이 다 돼서야 연습을 마쳤고, 기도를 하기 위해 서둘러 강대상에서 내려가려 하는데, 그 남자가 나에게 걸어와 말을 걸었습니다. "저.. 이 노래 좀 불러 주시면 안 될까요?"

노래 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찬송가를 보여주며 노래를 신청했습니다. 주위를 들러보니 이미 예배팀 멤버들은 기도하기 전에 각자 용무를 보기 위해 흩어진 상태였고 예배당에는 나를 포함하여 3-4명 정도만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찬송가인데, 이것 좀 해주세요. 네?" 술 냄새를 풍기며 혀가 꼬이는 발음으로 보아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대략 짐작이 갔습니다.

사실 술 취한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에 대한 불쾌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힘든 사정이 있으니 술을 마셨는데, 어쩌다 보니 교회까지 오게 된 것조차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렇지만 곧 예배가 시작될 시간이고 이미 예배당에는 먼저 와서 기도하고 있는 교인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 술 취한 남자가 아니라도 누구의 신청곡을 불러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떡하지? 팀원들을 빨리 불러서 1절이라고 불러볼까? 아니면 나 혼자 기타라도 치면서 불러드릴까?' 순간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으나 난 그날 그분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혹시 나중에 미리 오시면 그때 꼭 해드리겠다고 궁색하게 변명을 했지만, 나름대로 그것이 팀의 리더이자 예배 인도자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남자는 대단히 아쉽다는 표정으로 돌아서서 조용히 예배당을 나갔습니다. 그때 혼잣말이었는지 들으라고 한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지막이 속삭이듯 했던 그 말이 하직도 기억납니다. "교회가 다 그렇지 뭐.." 예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 그날 있었던 일을 묵상하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새벽까지 그 남자의 말이 맴돌아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그날 하나님께서 오래전 사건 하나를 떠올리게 해주셨습니다.


이찬원 지음 「나는 찬양인도자입니다」(CLC)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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